지체장애 1급인 주부 장미화(38)씨는 16일 오후 서울 대방역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전동휠체어를 타고서는 처음 타본 버스였다. 1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저상버스가 도착했지만 운전사는 장씨를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치려 했다. 동행한 자원봉사자 김효요(46)씨의 요청으로 간신히 탑승출구 리프트를 내려줬지만 하필 소화전 앞이어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다시 리프트를 올려 약간 이동한 뒤 버스에 올라탔지만 휠체어 고정 장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운전사가 나와 간이 좌석을 접어줘야 했다. 차가 출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장씨는 “다른 승객에게 폐가 된 듯해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도 “5분이 50분 같았다”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들은 이날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발대식을 가진 ‘장애여성 여행(女幸) WISE단’의 일원으로 공식일정에 앞서 미리 시내버스를 타본 것이다. 지체장애, 뇌병변 등을 가진 장애 여성 22명과 이들과 짝을 이룰 여성 자원봉사자 22명으로 구성된 단원들은 17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서울시 지하철역 182개, 저상버스 44개 노선을 이용하며 편의성과 안전도를 점검할 예정이다.
여기 참여한 여성 장애인들은 평소 거의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러나 버스는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최승희(46)씨는 “버스는 장애인들에게 두려운 존재”라며 “이번 기회에 용기를 내 이용해 보겠다”고 말했다.
지하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안용녀(33)씨는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바퀴가 빠지는 일은 다반사”라며 “그 순간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사고가 날텐데도 지하철을 타야 하는 우리는 매일 목숨을 거는 셈”이라고 했다. 장애여성 네트워크 ‘비상’ 대표인 전윤선(32)씨는 주로 외진 곳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 성추행을 당한 사례 등을 소개하며 “장애인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회가 정상이라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단체를 모집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박현경 대표는 “현장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다음달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황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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