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비록 미국측이 개인적인 방문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북한문제를 논의했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변인은 이어 “6자회담은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유효한 수단”이라며 “각측이 공동으로 노력해 북핵문제가 다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궤도에 오르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을 6자회담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했던 북한에게 회담 복귀의 명분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6자회담 탈퇴를 선언하는 외무성 성명에서 6자회담의 기초이자 생명인 자주권 존중과 주권평등의 정신을 훼손당했다며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자신들의 로켓발사를 문제 삼아 제재하는 등 자주권을 존중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측이 “미국측의 사과 및 사면요청을 받아들여 여기자들을 석방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은 자주권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6자회담 당사국간 물밑 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4일(현지시각) 하와이에서 만나 북핵 문제를 협의했다. 앞서 지난주 있었던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양측이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을 표시했다.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달초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을 잇따라 방문하며 회담 재개를 위한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조만간 북한을 방문해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핵문제에 대해 일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포괄적 패키지’도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그동안 주장해온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본격화하려 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미국이 6자회담을 배제한 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그동안 6자회담 내에서의 양자협상을 주장해온 만큼 6자회담 재개를 전제로 양자대화도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푸단대 국제문제 연구원 선딩리 상무부원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은 북·미간 고위급 양자회담의 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양측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며 “앞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북·미간 양자대화와 함께 미국이 북한을 끌어들여 6자회담을 함께 진행시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