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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평일인데도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1200석에 관객이 거의 들어찼다. 주말에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2시간30분 동안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을 따라가다 보면 유쾌한 무대를 선물해 준 출연진에게 절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출연진과 관객이 하나 되어 웃고 즐긴 공연은 꽤 오랜만인 것 같다.
바로 뮤지컬 ‘올슉업’에서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올슉업’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엄선해 올드팝의 향수를 자아낸다. 여기에 탄탄한 스토리와 주·조연 배우들의 호연이 잘 혼합된 양념처럼 극의 감칠맛을 더한다. 남자주인공 채드로 분한 god 출신 손호영을 무대에서 보는 것은 반가운 이를 우연히 만난 듯 의외의 기쁨으로 다가온다.
‘올슉업’ 속 손호영은 캐릭터와 하나 되어 움직인다. 마치 그가 채드의 몸속에 들어가 살았던 것처럼 내면에 숨겨놓았던 또 다른 가면을 꺼내 무대에서 표출하는 느낌이다. 지난해 ‘싱글즈’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그가 두 번째 도전 만에 굵직한 작품의 주인공을 꿰찬 것은 연예인에게 주어진 특권을 제외하더라도 자신의 옷으로 캐릭터를 소화할 줄 아는 흡수력 때문이 아닐까.
채드의 섹시한 매력은 손호영을 만나 더욱 활기차게 살아났다. 타고난 몸매와 유연한 몸놀림이 어우러진 ‘손호영표 섹시 골반 댄스’는 압권이다. 여성 관객들의 환호가 공연 중간 중간에 탄식과 함께 흘러나왔다. 대기실에서 만난 손호영에게 ‘느끼남 연기가 정말 어울린다’고 칭찬을 건네자 손사래를 친다.
“무대에 오른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느끼한 멘트나 닭살 행동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요. 특히 골반을 흔들면서 추는 섹시 댄스가 가장 힘들었어요. 전 느끼한 것과 거리가 먼 담백한 사람이거든요(웃음). 주변에서 느끼한 말투나 야릇한 행동을 하는 친구가 있으면 꿀밤을 때려서 말릴 정도죠. 그런 제가 낯간지러운 멘트와 섹시 춤을 소화하려니 정말 진땀납니다.”
한적한 마을에 혜성처럼 등장한 채드. 그는 음악을 전파하면서 죽어 있던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감미로운 목소리, 잘 빠진 몸매, 애간장을 태우는 촉촉한 눈빛 때문에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에게 빠져든다.
손호영은 실제로도 반달을 연상시키는 매력적 눈웃음, 자상한 매너, 부드러운 말투 등을 소유해 채드와 상당히 닮아 보인다. 이러한 매력들이 연예인 및 일반인에게 꽤나 러브콜을 받았을 것 같은 추측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자신을 바라보는 오해의 시선들에 대해 해명했다.
“‘눈웃음을 잘 쳐서 바람둥이 같다’ ‘닭살 멘트도 서슴없이 할 것 같다’ 생각하시던데 실제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방송에서는 조잘거리며 이야기를 잘 하는데 연인끼리 있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든요. 연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닭살 멘트도 체질상 못 해요. 또 제가 리드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흐름에 잘 끌려 다니죠(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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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슉업’이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것은 주·조연들의 환상 호흡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채드와 나탈리라는 주인공이 빛날 수 있었던 것도 9명의 명품 조연 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주·조연의 앙상블이 관객의 기립박수를 끌어낸 것 같습니다.”
오는 11월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올슉업’. 중·후반부까지 쉼 없이 달려온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은 연기의 재발견이란다. 손호영은 뮤지컬 ‘싱글즈’ 출연에 앞서 2007년 개봉작 ‘용의주도 미스신’에서 가수 지망생 송현준 역으로 출연해 영화배우로도 얼굴을 알렸다.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선보일 수 있어서 매력적이에요. 지난해에는 신인으로서 뮤지컬 세상을 구경했다면, 올해는 한층 더 깊이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을 통해 연기의 참맛을 느껴본 기분이에요. 연기를 통해 다른 인물의 삶을 살아본다는 건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죠. 배우들이 왜 연기에 푹 빠지는 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뮤지컬 외에도 하반기 개봉 예정인 ‘55사이즈’ ‘비보이 앤 발레리나’ 두 편의 영화를 촬영하며 연기자로서 영역을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다. 뮤지컬 ‘올슉업’을 끝내면 연기자로 한 뼘 더 성장해 있을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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