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조사가 마무리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과정에서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발견됐다. 국제 금융제재 대상자와 거래할 때에는 사전에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금융제재 대상자들과 여러차례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거래법에 따르면 혐의가 확정될 경우 지점은 1년 이내 해당 외국환거래행위의 제한조치나 허가취소 조치를 받는다. 위반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억원 이하의 벌금형까지 가능하다. 또 은행법을 적용하면 인가가 취소될 수 있다. 이는 지점 폐쇄와 국내 재산 청산을 뜻한다. 다시 말해 외환거래법과 함께 은행법까지 적용되면 지점 폐쇄도 가능하다. 하지만 은행 건전성에 타격을 입힌 중대한 혐의가 아닌데 지점 폐쇄 결정을 통보하는 것은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한시적으로 외국환거래를 정지시키는 일부 영업제한 조치를 내리는 방안이 절충안으로 제시됐다. 미국이 이 은행의 지점 폐쇄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량파괴무기(WMD)나 핵무기 개발과 관계없는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국내 산업의 피해를 고려할 때 거래 정지 만으로도 제재 효과가 충분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밖에 기관경고와 함께 유럽연합(EU)처럼 이란 기업과 일정 금액 이상을 거래할 때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제재에는 동참하되 국내 경제 파급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안에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16일 ‘포괄적 이란제재법’에 따른 시행 세칙을 예상보다 빨리 발표하면서 긴박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사안을 길게 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되도록 빠른 시일 내 입장정리를 끝낸 뒤 이번 달을 넘기지 않고 세부조치를 마련하지 않겠나”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