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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무대 위는 삶의 축소판이다. 배우들은 몸짓과 대사 또는 노래로 관객과 소통한다. TV나 영화는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만나지만, 무대 위는 관객과 마주보며 공연하기 때문에 그만큼 현장감이 살아있다. 같은 공간 안에서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배우는 작은 동작, 표정 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하고, 관객은 그들의 연기에 빠져 함께 호흡한다.
그 섬세한 표정들로 삶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하는 배우들을 모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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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뮤지컬 ‘알라딘’으로 뮤지컬에 도전한 서신애. 알라딘의 동생 리나 역으로 열연했다. 처음 보는 금을 깨물어 확인하는 천진난만한 표정 연기를 서신애는 정말이지 리얼하게 표현했다. ‘알라딘’를 본 어린이가 금을 본다면 한번쯤 깨물어 보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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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솔비가 복싱을 주제로 한 ‘이기동 체육관’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다혈질 여고생으로 이기고 싶어 복싱을 배우는 탁지선으로 열연했다. 평소 솔비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져서일까?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딱 그 표정이다. 길에서 마주치면 피하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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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능케 한 데뷔작 ‘모차르트!’에 다시 출연하게 된 그룹 JYJ의 김준수. 뮤지컬 신인으로 호평 받은 지 1년, 김준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은 후 슬픔에 빠진 볼프강 모차르트를 연기하는 그의 표정은 연기를 겸업하는 아이돌 가수를 뛰어넘어 본격적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음을 확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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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에서 반정부주의자 발렌틴을 사랑한 ‘게이’ 몰리나를 연기한 박은태. 사랑하는 발렌틴을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언뜻 보면 여자로 생각들만큼 가녀린 실연의 아픔을 드러내는 표정이 인상적이다. 김준수와 함께 뮤지컬 ‘모차르트!’에 모차르트로 출연하는 박은태의 연기도 색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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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워너’에서 가부장적인 남편 때문에 힘든 삶을 사는 경옥 역을 연기한 박지아. 회사 부도로 집을 떠난 남편을 뒤로하고 떨어져 있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통화하는 장면. 아들에게 아픔을 숨기고자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소 짓는 표정은 뭉클하다. 마치 예전 힘들었던 시절, 우리네 어머니를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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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극 ‘대머리 여가수’에서 서 씨 역을 연기한 김성기. 평범한 중년의 서 씨 부부, 김성기는 평범한 아버지를 표현한다. 무뚝뚝하고 심각한 얼굴로 온종일 신문이나 뒤적이는 아버지, 표정만 봐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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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통에서 발견된 시체를 둘러싼 이웃집 간의 오해와 갈등을 그린 연극 ‘이웃집 쌀통’, 순이네 역은 김곽경희가 연기한다. 여느 주부처럼 살림살이에 욕심 많은 주부 순이네가 쌀통에서 토막 난 손을 발견하는 장면. 이해타산을 가리는 욕심 많은 살림꾼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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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해님 지고 달님 지고’의 황 노인 역을 연기한 오달수. 황 노인은 세상에 나가고 싶어 하는 딸을 눈멀게 하고 집착한다. 딸의 욕망을 억압하는 장면, 오달수의 표정은 관객을 무대로 빠져들게 한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에서 관객을 집중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배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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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풍자극 ‘늘근 도둑 이야기’의 김승욱. 교도소에서 출소한 그는 늙고 힘없는 도둑일 뿐이다. 젊은 시절처럼 높은 담을 뛰어넘을 수도 없고, 단단한 금고도 털 수 없다. 그의 갑갑한 울부짖음는 표정은 사회에서 소외된 힘없는 노인의 오늘을 대표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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