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Style] 장인 정신 담긴 ‘명품’ 가구 만드는 두 청년, ‘패브리커’(Fabrikr)

[Ki-Z Style] 장인 정신 담긴 ‘명품’ 가구 만드는 두 청년, ‘패브리커’(Fabrikr)

기사승인 2011-10-08 13:00:00

"[쿠키 문화] 흔히 디자인의 시대라고 한다. 소품 하나를 사도 예쁜 것을 찾고, 집을 사도 조경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정치마저 디자인을 강조하는 시대지만 막상 ‘그’ 디자인을 하는 실무자들의 현실은 녹록치 않게 마련이다. 디자인이라는 창조적이면서도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 결국 쉽게 손 댈 수 있는 것은 대기업들의 획일화되고 산업화된 상품들 뿐인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기업들의 거대한 시장 속, 자신들만의 꿋꿋한 디자인관을 펼쳐 나가는 20대 청년들이 있다. 바로 ‘패브리커’(Fabrikr).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골목에서 패브릭과 코리아의 KR을 합친 이름을 가진 두 청년 김성조, 김동규 대표를 만났다.


★ 신진디자이너? 실속 없는 호칭… “저희는 돈이 좋아요”

‘촉망받는 신진 디자이너’. 두 대표가 패브리커로서 2년간 이뤄 온 성과를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말할 것이다. 패브리커가 시작된 곳은 학교의 작은 과 실습실. 대학교 선후배로 처음 만난 두 대표는 실습실에서 서로의 스타일을 맞춰 가며 공모전과 개인 작업을 하게 됐다. 그러다 마음이 맞아 시작한 일이 점점 커져 회사를 설립하고 매출을 올리게 된 것. 유명 백화점의 공간 디스플레이를 도맡아 하고, 남부럽지 않은 매출을 올리며 이름을 알리고 있는 패브리커를 일컬어 ‘기대되는 신진 디자이너’ 라고 하니 두 대표는 대번에 쓴웃음을 지었다.

“신진 디자이너라는 말은 좋아 보이지만, 의외로 실속은 없다”며 운을 뗀 것은 김성조 대표.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신진 디자이너라는 보기 좋은 명패를 달고 나와 곧 잊혀지는 사람들은 수십 명이다.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아직까진 그나마 허덕이며 살아있기는 하다.”라고 말을 잇는 것은 김동규 공동대표다. 맞는 말이다. 한 해에 배출되는 대학교 디자인과 졸업생은 대략 만 오천여 명이다. 그 중 제대로 된 ‘디자이너’가 되는 사람은 열 명도 보기 쉽지 않다.

“우리는 돈은 필요 없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예술에 돈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일을 하고 작품을 하기 위해선 돈은 정말 중요하다.” 라며 김성조 대표는 웃었다, 실제로 두 대표이면서 디자이너, 동시에 작가인 두 사람은 회사 초반 창업자금을 위해 못 해본 것이 없다. 치킨 배달이며 커피숍 서빙은 예사에, 발렛파킹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주차에는 도가 텄을 정도다. “신기하게도 예술,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돈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러나 우리는 작가이지만 동시에 우리 작품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돈이 없으면 우리 작품도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한국에서 아직 시기상조인 사업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는
김동규 대표는 “그래서 더더욱 빛 좋은 타이틀을 경계하게 된다.” 고 했다.

실제로 두 대표를 동경하는 후배들은 굉장히 많다. 패브리커의 작업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며 패브리커에는 본격적인 입사 문의가 늘었다. 주로 유학파가 대부분인데, 한국에 들어와 평범한 대기업에는 취직하고 싶어 하지 않고, 창조적인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두 대표에게 ‘돈은 필요없으니 배우게 해 달라’며 연락을 해 온다고. 그러나 두 대표는 단 한 번도 그 부탁을 승낙해 본 적이 없다. 무섭기 때문이다. 자신들이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남들로 하여금 생소한 작업에 시간을 버리게 하고 싶지 않다고.


★ 많은 고민을 거치는 작업, 그만큼 빛 봐서 뿌듯해요

패브리커의 작품들은 독특하다. 지층이 오랜 시간동안 쌓아올려져 두터운 지반을 만드는 것처럼, 패브리커는 천 위에 천을 쌓아올려 가구를 만든다. 보통 나무를 깎거나 플라스틱, 유리 등의 단단한 소재가 메인인 가구 디자인에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한 발상이다. 다양한 천이라는 부드러운 소재를 약품과 결합해 단단하고 두터운 층을 만들고, 그 층을 깎고 다듬어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유니크한 맛이 살아 있는 가구가 탄생한다. 실제로 패브리커의 가구들은 단 하나도 똑같은 제품이 없다. 전부 수작업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명품’의 타이틀이 싸구려 상표처럼 남발되는 요즘, 보기 힘든 진정한 명품인 셈이다.


“시간과 손맛이 없으면 못 만드는 물건들이다. 모든 물건들은 100%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시장에서 원단을 고르고, 실어 오고, 실험을 하고, 이런 저런 단계를 거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데에는 적어도 3개월 정도는 걸린다. 간단한 소품들도 모두 수작업이다.” 라는 김성조 대표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스쳐 지나간다. 이젠 천을 쓰기 싫어도 패브리커의 색이 되어버려 쓸 수밖에 없다는 농담도 사실은 자랑거리에 가깝다.


★ 디자인, 절대 어렵고 비싸지 않아요… 사람들의 시선에 맞춘 작품 연구 중

패브리커는 또한 천만 사용한 게 아닌 빛을 사용한 작업도 연구중이다. 사진의 테이블이 좋은 예. 빛을 사용해 평소에는 그냥 나무 테이블인데 빛이 들어오면 그래픽 테이블이 되는 소품이다. 언뜻 보면 비싸 보이지만, 두 대표는 머리를 맞대고 까페 같은 곳에 저가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디자인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다들 비싸고 어렵게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다. 저렴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진짜 디자인이다.”라며 김성조 대표는 웬 통을 꺼내왔다. “이번에 중소기업과 손 잡고 출시한 와인잔이다. 여러 디자인 문구 상품점에서 판매중인데 반응이 괜찮다.”며 자신있게 꺼낸 와인잔은 유리 속에 무늬를 집어넣은 간단하고 쉬운 아이디어였지만 역시 패브리커만의 개성을 살려 수제품의 매력이 살아있었다.

“사실 매대에 내놓으면 사람들이 와 예쁘다, 하고 마구 사갈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더라.일회성 소비상품이 아니니까 그렇다. 그래도 패키지까지 공들여 전부 수작업으로 해 만들어 놓으니 보람차기는 하다.”


작업실 한 켠에 있는 조명도 보여줬다. 이름이 고스트(유령)라는 조명 장치는 매우 간단하지만 신기하고 재미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바로 유령이 천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모양 안에 빛나는 전구가 들어 있어 은은한 빛을 자아내는 것. 이 재미있는 조명은 이번에 배우 공효진과 하정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 ‘러브픽션’(가제)에도 함께 ‘출연’한다고.

“공효진 씨가 사진작가 역할인데 창조적인 이미지를 위해 우리 작품이 많이 들어간다. 한 컷 속에 들어가는 조명 하나까지도 우리 손으로 만든다. 지금도 작업 중이다. 다음 주까지 달라고 해서 밤 새워 작업하고 있다. 그렇게 전부 우리 손으로 연출된 공간을 보면 뿌듯하다. 공간 연출 외주작업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모든 매출 중 대부분을 공간 연출이 차지한다.”며 김동규 대표는 웃었다.
“난 우리 작품을 수요예술무대 같은데 써줬으면 좋겠다.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소녀시대를 참 좋아하는데, 이번에 나오는 소녀시대 컨셉이랑도 맞는 것 같다. 소녀시대가 써주면 참 좋을텐데.”라며 웃음으로 맞장구 치는 것은 김성조 대표다.


★ 되고싶은 것? 누군가의 이상형이 되고 싶다

최근 패브리커는 ‘심기일전’ 하게 되는 계기를 경험했다. 새 작품을 함께 작업하는 후배가 ‘오빠는 죽기전에 해보고 싶은 게 뭐야?’ 라고 물어 김성조 대표는 잠깐 생각하다가 문자를 보냈다. ‘누군가에게 꿈이 되어 보고 싶다.’

외국에 수많은 명품 브랜드가 있고, 그들이 소비자와 디자이너들의 이상향이듯, 패브리커는 한국 디자인의 ‘이상향’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 그들이 한국의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이상’이듯, 모두가 꿈꾸고 좋아하는 ‘이상향’. 그들의 꿈은 멀지 않아 보인다.

“잠깐, 나는 이상향보다는 당장 누군가의 이상형이 되고 싶은데.”라는 김동규 대표. “일만 하다 보니 애인이 없다. 남자 둘이 작업하다 보니 누구는 게이 커플 아니냐고 묻던데 절대 아니다. 애인 구하는 중이니 누구든 부담 없이 대시해 달라.” ‘패브리커’는 끝까지 유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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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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