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고문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산하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 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독일에서 보고 배우고 생각한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통합의 정치”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제 분열과 대결의 정치에서 과감히 떨쳐 일어서야 하고, 자기 정치세력과 진영의 논리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며 “지지기반에 집착하는 폐쇄정치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통합은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고, 두 세력을 두 줄로 세우고 한가운데 금을 긋는 중간노선도 아니다”면서 “여러 세력과 힘을 한데 모아 미래로 나아가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게 바로 새로운 정치이자 통합의 정치”라고 밝혔다. ‘새 정치’는 안 의원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말이다.
손 고문의 부탁으로 행사장을 찾은 안 의원은 축사를 맡았다. 그는 손 고문에 호응해 “독일에서 보고 느낀 깨달음과 지혜를 나눠달라”고 치켜세웠다. 안 의원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른 당의 정책일지라도 포용이 가능하다 싶으면 열심히 그 정책을 표방했다”며 “손 고문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고문도 “메르켈 총리 같으면 (다른 당의) 정책을 가져갔으면 푸근하게 ‘잘 먹었어’ 하겠지만 (우리는) 갖고 가서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고맙단 말도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전날까지도 화성갑 보궐선거 출마를 설득했던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역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런 절묘한 타이밍에 이뤄진 손 고문과 안 의원의 만남을 놓고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손 고문의 불출마 배경과 연관시켜 당초 양측 간 논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손 고문과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 각각 당내 경선과 단일화 협상에서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게 후보직을 놓친 전력이 있다. 안 의원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며칠 뒤 손 고문의 요청으로 비공개 회동하기도 했다. 손 고문이 지난 8월 형수상(喪)으로 잠시 귀국했을 때에는 안 의원이 문상을 갔고, 지난달 손 고문이 귀국하자 안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거는 등 소통을 이어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