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샤이니의 멤버 태민은 지난 11일 공개한 신곡 ‘원트’(WANT) 뮤직비디오에서 성서 속 이브를 유혹하는 뱀이 된다. 검고 붉은 화면보다 카메라를 향하는 그의 눈빛이 더 강렬하다. “더 원하게 될 테니 / 더 타오르게 돼 넌”이라고 속삭이는 목소리는 주문처럼 달콤하다. 미끄럽게 몸을 비트는 동작은 뭇 여성들의 마음도 함께 휘감는다.
“‘마성의 남자’가 되고 싶어요.” 음반 발매를 앞두고 서울 삼성로 SM엔터테인먼트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만난 태민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미니 2집에서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원트’의 후렴구 가사인 ‘더 원하게 돼’를 꼽았다. “내 캐릭터라기 보단 (나를 더 원하게 만드는 것이) 이번 활동의 목표”란다. 태민은 ‘마성의 남자’라는 표현이 못내 쑥스러웠는지 이런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마성의 남자’ 대신 ‘계속 보고 싶은 남자’라고 할까요? 하하.”
음반과 동명인 타이틀곡 ‘원트’는 2017년 공개돼 인기를 누린 ‘무브’(MOVE)의 완결판이다. “‘무브’의 결을 따르되 단점을 보완해서”다. 태민은 “‘무브’는 정적이고 폭발력이 떨어지는 퍼포먼스”라며 “‘원트’의 퍼포먼스는 기승전결이 또렷해 ‘무브’가 남긴 간지러움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태민의 말마따나 ‘원트’는 “쉬운 것 같지만 따라 해보면 안 될걸? 이건 나밖에 못 하는 거”(그라치아 인터뷰)의 현현이다. 중성적인 움직임으로 음악의 느낌을 표현해내는 실력이 독보적이라서다. 태민은 “(앞선 인터뷰는) 절반은 재미로 한 말이었다”면서도 “트렌드를 따르는 대신 나다운 걸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제가 보여주는 음악은, 제가 했을 때 가장 잘 어울리고 살아나길 바랐어요. 요즘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아이돌이 너무나 많은데, 저는 점점 구세대 아이돌로 넘어가는 중이잖아요. 저만의 정체성을 만들어서 ‘태민’이라는 사람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음악 안에서 태민은 수 없이 다시 태어난다. 솔로 데뷔곡에서 그는 괴도 루팡이 됐고, ‘무브’를 추는 모습에선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가 스친다. 태민은 “무대는 내가 가진 걸 아낌없이 보여주는 곳”이라고 했다. 인기 아이돌로 살면 무엇이 좋으냐는 질문에 “음식점에서 서비스를 많이 받는다”고 답하는 해맑음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 증발한다. 내성적인 성격도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로 변한다.
태민은 초등학생 때 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다. 오디션에서 “가수가 된다면 죽을힘을 다 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던 소년은 스물일곱 청년이 될 때까지 그 다짐을 지켜내고 있다. 태민은 “어릴 땐 1등이나 대상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이런 가수였다’ ‘이런 사람이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나만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던 그는 “태민스럽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나 좋다”면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무대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거부감을 느끼실 수도 있지만 우선은 관심을 가져 주신다는 것에 감사하고요.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고쳐나갈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방법을 연구하는 게 제 숙제죠. 모든 입맛을 맞추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