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현명한 판단이 더 큰 태풍 피해를 막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기록적인 폭우로 포항제철소 옆으로 흐르는 냉천이 범람, 제철소 전체가 침수·정전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철저한 사전 대비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현재 완제품 생산을 위한 압연라인 복구가 진행중이다.
포스코는 힌남노에 대비, 기존에 구축하고 있던 자연재해 대비 매뉴얼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방재대책을 수립했다.
포항제철소는 태풍 상륙 1주일 전부터 자연재난 비상대책반을 가동, 위험 요소를 꼼꼼히 점검했다.
태풍 당일에는 모든 공장 관리자가 밤낮으로 현장에서 철저한 대응 태세를 갖췄다.
특히 포항제철소 가동 이래 처음으로 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전원을 차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제철소 침수·정전 시 우려되는 대형 화재, 폭발 등을 막기 위해서다.
포항제철소 전기설비 최고 권위자인 정규점 포스코 명장(2020년 선정)은 "공장 가동을 미리 멈춘 덕분에 세척·건조 등의 복구작업을 통해 빠른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로 휴풍에 따른 대비책도 빛을 발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는 장시간 가동을 정지할 경우 고로 안에 담긴 쇳물이 굳는 '냉입(冷入)'이 발생할 수 있다.
냉입이 발생하면 설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뿐 아니라 복구에도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고로 휴풍 전 고로 내부 고열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기 위해 열원인 코크스 장입량을 늘리고 철광석 양은 줄여 쇳물이 굳지 않도록 한 것.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압연라인의 경우 가동 중 침수 피해를 입었다면 압연 롤 손상, 가열로 폭발 등으로 장기간 조업 재개가 불가피했다.
3후판공장 가열로 내부 온도는 1300℃로 침수될 경우 폭발 위험이 컸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가열로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조업을 중단하고 설비의 모든 전력을 차단했다.
장명훈 3후판 공장장은 "태풍으로 인해 돌발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직원들의 발빠른 대처로 큰 피해 없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배수작업은 현재 마무리 단계다.
전원 공급은 70% 수준에 이르렀다.
철강 반제품 생산은 12일부터 재개됐다.
15일부터 3전기강판공장이, 17일에는 2전기강판공장 일부가 가동을 재개했다.
포항=성민규 기자 smg5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