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지주사 경북 포항 이전 문제가 다음달 1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사회에서 격론 끝에 포항 이전 문제를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후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포항 이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주총 통과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는 비관론도 상존한다.
결과를 떠나 포항 이전 문제로 틀어진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의 관계 회복이 시급해 보인다.
포스코와 포항의 인연은 50여년 전 포항제철소를 지으면서 시작됐다.
포항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포항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경북 제1의 도시'가 됐다.
포스코도 포항 환호해맞이공원, 스페이스 워크 등 지역사회에 큰 선물을 안겼다.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자매마을 봉사활동 등 포스코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는 아이 젖준다'는 오래된 속담처럼 포스코를 향한 지역사회의 요구는 도를 넘어서 경시(?)하는 풍조까지 생겨났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더 이상 봉이 아니다'란 자조 섞인 말까지 나돌 정도다.
올해 초 포스코지주사가 서울에 설립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사회는 강력히 반발했다.
포스코가 올해 주총에서 지주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을 올린다고 밝혔지만 허사였다.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등 지역사회 전체가 똘똘 뭉쳐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포항 이전 결정·경영진 사퇴 촉구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걸렸다.
당시 포스코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는 전언이다. 죄인으로 낙인 찍혀 '조롱의 대상'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시대가 변한 만큼 포스코 내부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지시와 복종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상명하복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대세다.
이는 이사회 과정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상당수 이사들이 주주 가치 제고 측면, 그룹 중장기 성장 비전에 비춰 지주사 주소지 이전은 현 시점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지주사 체제 정착, 미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할 때인 만큼 시급성과 당위성도 미흡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반세기 동안 동고동락해 온 특수한 관계가 기업 가치 제고를 우선시하는 기준에 밀린 셈이다.
테슬라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문제가 어떻게 비춰질까.
기업 가치 제고는 뒷전이고 지역 정서를 앞세워 막무가내식 단체 행동에 나서는 것은 분명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공개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명함처럼 이강덕 시장을 비롯한 지역사회 전체가 세일즈맨십을 가져야 할 때다.
기업 친화적인 정서를 기본으로 기존 기업의 투자는 더 이끌어내고 유치 대상 기업에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능력이 발휘돼야 한다.
포스코도 지역사회의 합당한 요구는 적극 수용해야 한다.
포항과 포스코의 새로운 50년을 위해 '상생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포항=성민규 기자 smg5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