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겐 결코 가볍지 않은 말이 있다
악은 평범하다. 특별하기보다는 오히려 진부하다. 타인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무능은, 말하기와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다. 여성혐오 역시 끔찍한 범죄 기저에만 깔리진 않는다. 단순한 혐오 감정에 국한하지도 않는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속 김지영의 삶이 그렇듯 여성이 경험하는 억울하고 당황스럽지만, 사소한 순간에 공통으로 존재한다.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젠더 질서가 변한 건 사실이다. 가부장제의 쇠퇴가 시작되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조금씩 올라갔... [민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