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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이 10일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다시 응했다. 조사는 받았지만 거취 문제가 이미 거론돼 신 대법관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후배 법관의 자진사퇴 요구까지 나온 상황이라 계속 버틸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대내외 사퇴 만류 분위기’
신 대법관은 9일 진상조사를 받으면서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조사중단을 요구했다. 다분히 사퇴를 위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신 대법관이 더이상 수모를 당하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사퇴의사를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신 대법관이 사퇴의사를 밝혔던 것은 팩트”라며 “이를 둘러싸고 대법원과 청와대가 긴박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대법관이 직접 사퇴의사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신 대법관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사퇴하느냐”며 일축한 데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신 대법관이 사퇴의사를 밝혔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신 대법관의 거취를 둘러싼 분위기가 ‘사퇴는 없다’쪽으로 기울게 된 것은 법원 수뇌부와 청와대가 신 대법관의 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대법관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놓고 불똥이 이 대법원장에게까지 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면돌파하자는 것이다.
청와대 역시 사법권 침해 논란을 의식해 신 대법관 거취 문제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지만 신 대법관이 낙마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도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어 낙마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꼬리 무는 의혹
신 대법관이 버티기로 들어갔지만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같은 시국 사건에 대해 개입했다는 의혹 외에 전기통신기본법을 위헌제청하려던 한 판사가 신 대법관의 압력성 발언 때문에 기각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형사단독재판부를 맡았던 판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 대법관이 전기통신 기본법의 위헌제청을 기각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자리에 함께 있었다”라며 “판사로서 ‘이렇게 굴복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자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추가의혹 제기에 대해 신 대법관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신 대법관은 9일에 이어 이날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신 대법관은 오전 8시50분쯤 대법원에 출근했지만 정문을 지키던 기자들을 의식해 지하 주차장으로 곧바로 향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신 대법관이 의혹에서 벗어나더라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소장 판사들이 추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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