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성상납 “워낙 공공연한 일이라…”

연예계 성상납 “워낙 공공연한 일이라…”

기사승인 2009-03-16 01: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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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장자연씨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아요. 연예계에서 성 상납과 술 접대를 강요하는 일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으니까요. 기획사가 신인 여배우에게 인사만 하라며 PD나 감독이 있는 술집에 불러놓곤 집에 못 가게 하고, 결국에는 호텔까지 가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아직도 존재합니다. 저도 그런 일을 당해서 거부한 적이 있는데 그 뒤로 배역을 얻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여배우 A씨는 15일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우울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자살을 안타까워했다. 장씨가 남긴 문건에 술자리 접대를 강요했다는 인물들의 실명이 담겨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공연하게 떠돌던 연예계의 추악한 관행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연예계 비리는 몇 년 전 'PR비 사건'과 같이 금품 수수 쪽이 주로 문제가 돼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그 중심추가 '성 상납'쪽으로 급속히 쏠리는 상황이다.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인되느냐에 따라 연예산업 전반에 치명타가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A씨처럼 "성 상납이나 술 접대가 실제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증언하는 여배우 등 연예계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 배우 B씨는 "신인 시절 성 상납까지는 아니지만 원하지 않는 술자리에 인사를 명목으로 불려나간 적이 많다"고 말했다. 유명배우 C씨는 "몇 년 전 거물급 조직폭력배의 술자리에 강제로 불려나간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성 상납이나 술자리 접대 강요는 톱스타들과 관계된 사안은 아니다. 명백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신인 배우들의 문제다. 상대적 '강자'인 방송사나 영화사, 기획사측에 의해 힘없는 배우들이 잘못된 길로 유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획사측은 대체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문건에 나온 성 상납이나 구타 같은 사례는 업계에서 구체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매니저는 "군소 매니지먼트사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대형 기획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나 대다수 대형 기획사와 방송사 관계자들은 건전하다고 해도 한구석에서 음습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장씨 사건 이전에도 일부 연예인이 본인 입을 통해 그 일단을 드러낸 경우도 있다.

연기자 L씨는 2002년 9월 KBS 2TV '해피투게더' 녹화 중 "연예계 데뷔 후 높으신 분들을 접대하기 위한 자리에 간 적이 있다. 아저씨들이 자기들의 엔도르핀이 생성될 수 있게 즐겁게 해 달라고 말해 당황했다"고 밝혔다. 가수 A씨는 올해 1월 "주변 사람을 통해 '힘든 부분을 도와주겠다' '만나만 줘도 3억을 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았지만, 당연히 거절했다"는 글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바 있다.

지금까지 성 상납과 관련된 연예계 비리 수사가 없지는 않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 등으로 제대로 성과를 올린 사례는 없다. 가해자측은 물론 피해자인 연예인들도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 등을 고려해 입을 굳게 다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씨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앞서 성 접대 사실이 담긴 문건을 남기고 해당 인물들의 실명까지 적시해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관련기사] 장자연 문건, 성상납 PD등 실명 담겨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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