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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에서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의 비리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동생인 노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면 형 노씨는 지역의 큰 어른 역할을 넘어 사실상 경남 김해의 대통령 역할을 한 것으로 속속 드러났다.
◇“마음 한 번 크게 먹고 도와줘라”=노씨는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차관이 2004년 6월 재보선을 앞두고 자신을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자 박 회장을 찾았다. 장 전 차관을 경남도 부지사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노씨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그를 돕기 위해 박 회장에게 “마음 한 번 크게 먹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노씨의 부탁을 받은 박 회장은 측근을 시켜 경남 창원의 한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당시 장 전 차관측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태웅 전 김해시장을 통해 5억원을 전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은 장 전 차관을 잘 모르지만 노씨의 부탁에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검찰은 노씨가 ‘김해 지역에서 큰 어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해 지역의 다른 열린우리당 후보를 돕기 위해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 지역에서 출마하려면 대개 노씨에게 인사하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노씨가 2005년 4월 경남 김해갑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에게 자신의 자재창고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5억원을 직접 전달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당시 민정기능 사실상 마비=검찰 수사로 당시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를 감시해야 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봉하대군이라 불리며 지역정치에 깊숙히 개입한 노씨는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근거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씨가 장 전 차관 선거대책사무소 개소식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했음에도 민정수석실은 이렇다할 견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특히 민정기능을 총괄하는 민정수석비서관이 직접 박 회장으로부터 상품권 1억원 어치를 받았을 만큼 도덕덕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정규 전 민정수석은 2004년 12월 박 회장으로부터 50만원 짜리 백화점 상품권 200장을 받았다. 주로 연말에 외부에 인사를 위해 사용했으며 나머지도 본인이 다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직무와 관련해 박 회장으로부터 상품권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뇌무수수나 알선수뢰 등의 혐의를 적용하려 하고 있으나 본인은 상품권 수수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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