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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노숙자를 연기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어요. 저 원래 잘 안 씻거든요.”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에서 노숙자 수강 역을 맡은 배우 강혜정(27)은 최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여배우 특유의 ‘예쁜 척’ 대신 ‘솔직함’을 택했다.
전작 ‘웰컴 투 동막골’ ‘허브’ 등을 통해 낯설고 기이한 캐릭터를 맡았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인물을 연기했다.
“독특한 설정에 끌리는 것 같아요. 도전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이런 역일수록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영화 설정이 강한 데 비해 정서는 잔잔해요. 언밸런스가 더 재밌지 않나요?”
3년째 자살만 시도하는 병희(박희순)의 집에 수강은 어느 날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당당히 쳐들어온다. 자신의 집에 감금당하는 황당한 일을 겪게 되는 병희는 이 정체불명의 여성에게 의문을 품게 되고, 그녀의 비밀을 알아갈수록 연민을 느낀다.
사랑 때문에 전과 3범이 된 여자, 아내의 죽음 이후에야 부인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절망의 늪으로 빠지는 남자. 영화는 이들이 빚어내는 감금과 동거를 통해 소통과 용서란 메시지를 제시한다.
그는 영화 속에서 으레 상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노숙자를 탈피하려 했다고 전했다.
“걸음걸이, 눈 깜빡이는 동작 등 미세한 움직임까지 고민했어요. 따뜻한 감성을 담아낸 영화이기 때문에 여성 노숙자라도 역겹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했죠. 감독님도 ‘그냥 생으로 가보자’라고 유혹했고, 산으로 가든지 바다로 가든지 감독님이 잡아주겠지 하고 막 찍었어요.”
그룹 ‘빅뱅’의 이승현(승리) 오광록 조은지 등 조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강혜정의 추천으로 캐스팅된 이승현은 아이돌 그룹 특유의 화려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버리고, 안정된 연기를 보였다는 인상이다.
극 중 병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를 사랑하는 건 기적”이라고 중얼거린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상처를 지닌 두 사람, 이들은 관객에게 사랑 그 자체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라고 말한다. 15세가, 9일 개봉.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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