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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카사위인 연철호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00만달러를 받은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를 놓고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은 3일 대통령직 퇴임직후인 지난해 3월 연씨와 박 회장간의 돈거래 사실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홍콩 현지법인인 APC를 통해 조성한 자금중 500만달러를 지난해 2월 연씨의 해외계좌로 송금했다. 당초 노 전 대통령측은 박 회장과 연씨와의 돈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봉하마을이 답변할 성질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 10일전쯤 인지했다”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인지시점을 착각한 것 같다”며 “확인해보니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봉하마을로 내려온 뒤 (연씨의) 돈 거래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도 문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사실관계를 알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박 회장과 연씨와의 돈거래 사실을 알았지만 특별한 문제라고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연씨가 박 회장 회사의 임원을 지낸 데다 두 사람 간에 정상적으로 이뤄진 투자를 퇴임한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노 전 대통령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은 계속 남는다. 우선 연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달러는 해외창투사 설립에 사용됐지만 이렇다할 계약서 조차 작성된 것이 없다. 정상적인 거래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박 회장과 연씨를 연결해준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사실 관계를 얼마만큼 확인했는지도 의문이다.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친구 사이로 청와대 안살림을 도맡았다. 2007년 8월에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 회장 등과 퇴임 후 대통령 재단을 만들기로 논의하기도 했다. 그런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조카사위와 후원자가 깊숙하게 연관된 금전거래를 노 전 대통령에게 자세하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제가 있는 거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침묵했다면 다른 목적 때문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해진다. 500만달러의 실제 주인은 연씨가 아닌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해석에 대해 노 전 대통령측 김 비서관은 “정상적인 거래인 데다 대통령이 일일히 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보지는 않는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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