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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서울 오남중학교 국어교사 박일환(48·사진)은 시를 쓰고 시를 가르치는 교단의 시인이다. ‘똥과 더불어 사라진 아이들’(나라말)은 스무해가 넘도록 아이들을 가르쳐온 박 씨가 교육을 주제로한 시를 골라 소개하고 참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산문집이다. “변소간에 쭈구리고 앉아 똥을 누는데/이상하게 똥냄새가 안 올라왔다/왜 그런가 곰곰 생각해보니/면소재지 큰 학교로 이사간 애들 따라/똥이란 놈들도 그만/죄다 이사를 가버린 거였다”(류지남의 ‘폐교장1’ 중)
정부가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소규모 학교를 폐교시키는 현실을 고발하는 시편이다. 폐교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서도 한 편의 시는 탄생할 수 있지만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지 않을 뿐더러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교정의 슬픔을 되새기게 한다.
“이른 더위라 선풍기도 돌아가지 않는 교무실/책상 위에 수북히 노트를 쌓아놓고/송 선생님 오늘도 노트 검사를 하신다”(안준철의 ‘손 선생님의 노트 검사’ 중)
저자는 이 시를 읽으면서 동료 교사를 떠올린다. “그 분은 매년 학교에서 수련회를 갈 때마다 자신이 수업하는 모든 반 아이들의 국어공책을 몽땅 싸들고 간다. 아이들이 공책에 쓴 글을 하나하나 읽고 ‘글말’을 적어주느라 동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한다.”
진학 대신 취업을 할 수밖에 없는 학생을 주제로 쓴 시도 있다. “이 세상에 노동자 아닌 사람이 누구냐고/선생님도 노동자라고/똑똑하게 말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너는 내가 쓰는 교탁을 붙들고 더욱 깊이 울었다”(김영춘의 ‘단풍잎 편지’ 중)
졸업을 앞두고 공장으로 떠난 그 아이. 친구들이 진학을 준비할 때, 공장으로 가야했던 그 아이의 처지는 얼마나 서러웠을까. 그래도 마지막 인사를 대신해 단풍잎에 ‘빛나는 노동자 선생님 만세 안녕’이라고 쓴 글귀는 고스란히 시가 되어 가슴을 울린다. 박 씨는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온 지 오래다”며 “교사, 학생 모두 외로운 존재요, 그 외로움 앞에 이 작은 책 하나를 내민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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