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아버지가 다른 두 자매의 여행 그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아버지가 다른 두 자매의 여행 그려

기사승인 2009-04-17 16:18:01

[쿠키 문화]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사진)는 명주(공효진)와 명은(신민아) 자매의 일상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명주가 제주도 생선 가게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먹으며 장사를 시작할 때, 명은은 갓 내린 원두커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한다.

단편영화 ‘불똥’ 등을 감독한 부지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아버지가 다른 두 자매의 여행을 그렸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동생 명은은 오랜만에 서울에서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오고, 장례식 후 언니 명주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함께 찾으러 가자고 말한다. 미혼모인 명주는 아이와 장사 핑계를 대며, 쉽게 따라 가지 않으려 하다 결국 못 이기는 척 동생을 따라간다.

두 자매와 엄마, 이모, 그리고 명주가 홀로 키우는 승아까지 영화 속 가족에는 남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독특한 방식으로 가족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혈연 중심의 가족주의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영화는 단지 엄마 아빠가 둘 다 존재하느냐 여부로 ‘결손 가족’이란 판정을 내리는 사회에 도전장을 내민다. 실제로 아버지의 사망 후 여자뿐인 집에서 자란 부 감독의 경험과 고민이 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

가족과 관련된 엄청난 비밀이 마지막에 드러나기 전까지 영화는 비교적 잔잔하게 흘러간다. 제주도에서 전주까지의 여정 속에 두 자매는 별것 아닌 이유로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말싸움을 계속한다. 인물의 감정 변화 사이로 이들의 어린 시절이 삽입돼 관객은 이 가족의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보게 된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두 여배우의 연기 앙상블이 빛나는 영화다. “넌 왜 그렇게 사니”라며 철없는 언니를 나무라면서도 유아적 자기애가 가득한 동생, 대충 사는 듯 보이지만 가족의 약점마저 다 안아버리는 언니의 성숙함은 두 여배우가 주고받는 대화 속에 드러난다. 발랄하거나 청순한 역으로 인식된 신민아는 특히 활활 타오르는 가슴 속 상처를 언제나 무미건조하게 드러내는 명은 역을 제대로 소화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가족 영화이면서,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가족으로 인한 치명적 약점은 있는 터. 거창한 용서와 화해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완전한 가족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 명은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즈음에야 처음 미소를 보인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는 영화 제목처럼. 15세가, 23일 개봉.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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