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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곽재용 감독의 ‘그녀 시리즈’ 3부가 나왔다. 전지현을 스타로 만든 ‘엽기적인 그녀’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싸이보그 그녀’(사진)가 바로 그것이다. 엽기적인 그녀가 도복을 입고 종횡무진하는 전작 ‘무림여대생’까지 감안하면 ‘그녀 시리즈’ 4부인지도 모르겠다.
5월14일 개봉하는 ‘싸이보그 그녀’는 감정이 없는 사이보그 여성과 평범한 남성이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통닭 뼈, 애완 동물까지 먹어치우는 등 여성 사이보그 ‘그녀’(아야세 하루카 분)도 적작처럼 ‘엽기걸’임에 틀림없고, 남자 주인공 ‘나’(고이데 게이스케)는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 만큼 어수룩하다.
곽 감독의 한계로 지적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캐릭터다. 걸핏하면 술에 취해 남자를 두드려 패면서도 뒤돌아서 눈물을 흘리는 ‘엽기걸’과, 수더분한 얼굴로 매번 이 여자에게 흠씬 두드려 맞는 ‘순정남’이 빚는 사랑 이야기. 곽 감독은 29일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그녀 시리즈’의 일부로 보지 말아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한 감독이 만드는 작품이 어찌 비슷하지 않을 수 있으랴.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복수 시리즈 3부를 완성했고, 매 영화마다 스산하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을 자랑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주인공은 언제나 여행을 다니며 술을 먹고, ‘행복’ ‘봄날은 간다’ 등 매번 남녀가 헤어져야 영화가 완성되는 허진호 감독은 “사랑은 한 순간이지만, 그 순간 또한 영원하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곽 감독에게도 장기는 있다. 여배우를 최대한 예쁘게 찍는 것. 전지현에게 싸대기 한 번 맞아 보고 싶은 남성이 한 트럭에 이를 만큼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은 빛났다. 볼에 바람을 집어넣고, 입을 삐죽 내민 ‘무림 여대생’의 신민아, ‘클래식’의 갈래머리 여고생 손예진도 마찬가지다. 소설 ‘소나기’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촉촉한 영상은 어떤가. 전작인 ‘비 오는 날의 수채화’ ‘클래식’ ‘엽기적인 그녀’ 등에서 남녀 주인공은 습도만큼이나 높아진 서로의 감정을, 꼭 비오는 날 확인한다.
20대 초반의 ‘나’는 사이보그와 함께 십수 년 전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일본 풍경은 70년대 한국과 다를 바 없다. 눈깔사탕을 훔쳐 먹는 아이, 어린이들로부터 놀림 받는 동네 바보 형 등이 등장해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미래지향적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빛바랜 영상을 선보이는 곽재용 감독. 이제 ‘엽기걸’ 캐릭터만으로 영화를 끌어 나가는 것은 너무 오래된 전략이 아닐런지. 12세가, 5월14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뭔데 그래◀ 또 연예인 마약… 영구퇴출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