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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가정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 단순 드라마, 미국의 경제적 위기를 다룬 사회 드라마, 충격적 연쇄 살인을 다룬 범죄물 등 다양한 코드로 해석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최근 서울 신문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씨네토크(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한 진중권(사진)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가 본 영화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에 대한 평이다.
영화는 두 남자의 경제적 위기에서 비롯된 갈등과 이로 인한
비극을 그렸다. 회계법인 회사의 중역으로 일하는 앤디(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마약 중독과 분식 회계로 인해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고, 동생 행크(에단 호크) 역시 돈이 궁하긴 마찬가지.
앤디는 어머니의 보석 가게를 털 계획을 세우고 동생을 끌어들이지만 막상 범죄를 실행하자 동생에게 일을 모두 떠넘긴다. 범행 당일 행크의 친구가 뜻밖에 진짜 총을 들고 나타나는 바람에 평온한 가족에 지옥이 찾아온다. 영화는 사소한 실수가 파국적 결말을 몰고 오기까지 치밀한 구성과 호연으로 관객의 턱 밑까지 긴장감을 제공한다.
“주인공의 일상적인 행동이 여러 사람을 몰락시킨다는 점에서 그리스 비극의 구조를 따르는 영화라 할 수 있어요. 형제가 애초에 계획한 범죄는 누구에게도 해를 주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관객은 이들의 죽음을 보며 ‘나에게도 이런 비극이 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극심한 공포감을 느낍니다.”
진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에 대해 설명하는 ‘엘레오스(연민)’ 개념으로 관객의 정서를 설명했다. 이들의 도덕성이 평균적이라는 점에서 관객이 동일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영화는 가족 갈등 속에 고전적인 모티브를 군데군데 숨기고 있다. 진 교수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아들이 아버지를 미워하는 대신 어머니에게 갖는 애착)를 예로 들자, 관객들도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큰아들보다 유약한 작은아들을 더 사랑한 아버지, 이로 인한 형제 갈등이 영화의 중요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데 ‘카인과 아벨’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고전적 모티브를 차용한 영화는 시간의 앞뒤를 자유자재로 오간다는 점에서 모더니즘적인 형식이 돋보인다. 진 교수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편집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와 유사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영화는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로 인해 비극이 찾아오지만, 저는 우연을 즐기는 편입니다. 삶에 우연이 찾아오면, 이 우연에 수식(數式)을 걸고, 그 다음 일을 진행하는 것이죠.”
‘12인의 성난 사람들’로 1957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노장 감독 시드니 루멧이 여전히 서스펜스 멜로드라마의 거장임을 확인하는 작품이다. 18세가, 14일 씨네큐브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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