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대만총통은 27일 야당인 민진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초청한 달라이 라마의 대만방문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마 총통의 이같은 결정은 태풍 ‘모라꼿’ 늑장 대응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정치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민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쥐 가오슝 시장 등 민진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26일 달라이 라마에게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대만을 방문, 모라꼿 피해 주민들을 위로해 달라고 초청했다. 그러면서 실의에 빠진 태풍 피해자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달라이 라마의 위로방문이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며 대만 정부를 압박했다. 정원찬 민진당 대변인은 “만일 마잉주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태풍 피해자들의 고통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마 총통을 몰아붙였다.
달라이 라마는 이번 초청을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997년과 2001년 대만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 대만을 방문해 모라꼿 피해가 심한 가오슝현 등을 찾아가 피해자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만 태풍 복구를 적극 지원해온 중국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민진당이 마잉주 정권을 협박한 것”이라며 “이는 양안관계에 큰 상처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락한다면 베이징을 화나게 만들고 양안관계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한 고위인사는 “총력을 다해 대만 태풍피해에 도움을 주고 있는 대륙에 어떻게 이런 타격을 줄 수 있느냐”며 추가 지원 중단 방침을 내비쳤다.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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