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지구촌] 2조달러 이상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기반으로 전 세계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엔 부동산을 넘보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가 미국 정부의 금융구제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격이 폭락한 미 부동산 시장 투자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보도했다.
CIC 관계자들이 지난 몇 주간 블랙록, 인베스코, 론스타 등 미국 사모펀드 매니저들과 미국 부동산 시장 투자에 대해 협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말 현재 3000억달러의 자금을 갖고 있는 CIC는 부실 모기지 연계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무용 빌딩과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 상업부동산이 고점 대비 35%나 하락해 투자가치가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CIC는 또 미 재무부가 부실채권 인수를 위해 설립한 민관투자프로그램(PPIP)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IC는 내년까지 세계 부동산 시장에 최대 100억달러를 투자하고, 2014년까지 미국 부동산 투자에만 2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현금성 보유자산만 970억달러에 달하는 CIC는 지난해 세계 금융시장에 48억달러만 투자했으나 올 들어서는 1개월 투자규모가 이와 비슷하다. 러우지웨이 CIC 회장은 “CIC의 향후 수익이 좋다면 정부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을 더 많이 투자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CIC는 세계 금융뿐 아니라 부동산 등에 지난해 투자금액의 10배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CIC는 지난 6월 호주 최대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개발회사 굿맨에 1억5900만달러를 투자, 지분 8%를 매입했다. 또 최근 카타르홀딩스 및 모건스탠리 부동산 펀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국 부동산개발회사 카나리워프그룹 지분 61%를 소유한 송버드이스테이트의 지분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CIC는 세계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50억달러 이상을 모은 모건스탠리 글로벌 부동산 투자펀드에도 8억달러 정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 부동산 모기지에 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CIC의 미국 부동산 투자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 의회가 이미 과도하게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때문에 신용버블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외국 자본에 대한 보호주의 물결이 일고 있어 실제 투자에는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외국 자본의 미국 자산 매입에 대해 1980년대와 같은 정치적 발발이 재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일본이 현재의 중국처럼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기반으로 록펠러센터, 페블비치 골프장 등을 사들이자 미국 내에서 강한 반발이 제기됐다.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