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카메라 앞에서도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현장에서 자신감이 생겨요."
한국 방송 최초의 장애인 뉴스 앵커 이창훈(25·시각장애 1급) 씨는 7일 첫 방송을 마친 후 뿌듯해했다.
이날 오후 여의도 KBS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완벽하게 했어야 했는데 약간의 실수가 있어서 아쉽다"면서도 "지난 3개월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7월 KBS의 장애인 뉴스 앵커로 선발된 이씨는 매일 정오 방송되는 KBS 1TV '뉴스12'의 새 코너 '이창훈의 생활뉴스'를 5분간 진행한다. 장애인 앵커가 뉴스 고정 코너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KBS는 밝혔다.
지난 3개월간 보도본부와 아나운서실에서 실무 교육을 받은 이씨는 첫 방송에서 중간중간 발음 실수를 했으나 무난하게 주어진 뉴스를 소화했다.
오후 12시35분쁨 검은색 양복과 에메랄드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그는 손으로 하단에 설치된 점자단말기를 읽으며 안정된 톤으로 뉴스를 전달했다.
태어난 지 7개월만에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은 이씨는 서울신학대ㆍ숭실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방송에 대한 꿈을 키웠다.
2007년부터는 한국시각장애인인터넷방송(KBIC) 진행자로 활동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고 지난 7월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의 장애인 뉴스 앵커로 선발됐다.
이씨는 자신의 부족한 점으로 뉴스에 대한 독해력을 들며 "교육기간 저의 뉴스에 대한 시사 감각이 좋지 않아 힘들었다. 3개월간 뉴스를 열심히 공부하고 뉴스 감각을 키워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했다"고 전했다.
그는 "방송에 앞서 보조 직원에게 내용에 관련된 질문을 해서 간접적으로 뉴스의 내용을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앵커인 만큼 발음에도 신경을 쓴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 말이 좀 빠르다"며 "뉴스할 때 전달력이 있으려면 정확한 발음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발음이 새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거꾸로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자신감을 꼽으며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씨는 앞으로 뉴스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며 "작게 시작했지만 하루하루 나아진 뉴스를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초의 장애인 뉴스 앵커로서 소외계층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애인과 소외계층들이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를 선도하고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어요. 저를 통해서 많은 장애인들이 방송에 진출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방송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