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서울 대학로 연극 ‘30분의 7’이 잔잔한 감동을 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세밑을 앞두고 송년회를 겸한 단체관람도 이어지며 직장인, 주부, 학생들의 발길로 객석을 채우고 있다.
‘30분의 7’이 소리 없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위로’와 ‘감동’이 있기 때문. 지적장애인 딸과 함께 살아가는 아버지의 진한 사랑이 파스텔톤처럼 따뜻하면서도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더구나 지적장애인 딸은 육체적으로는 30세지만 정신적으로는 7세 아이에 불과하다. 그 과년한 딸을 지켜봐야 하는 아버지의 눈길은 늘 따뜻하다. 그러나 돌아서면 깊은 울음을 삼켜야 하는 부정(父情)에 관객의 목울대가 뻐근하다.
또 부녀가 나누는 대화 한마디 한마디에는 생명력이 있다. 따라서 사랑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사람들의 고단함을 세밀하게 이끌고 위로한다. ‘사랑을 담은 말’은 지적장애인 딸에게 꿈같은 행복이자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다.
딸을 돌보려는 자상한 아버지에 탤런트 김명국 등을 비롯해 이신성 이영진 전정로 등이 열연한다.
이 ‘행복언어’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유명한 일본인 극작가 타쿠마 타카유키가 잡아냈다. 그의 원작 ‘입맞춤’을 한국의 ‘베가 미디어’와 일본의 ‘아뮤즈’가 공동으로 준비한 것.
행복언어로 세밑을 행복하게 만드는 타쿠마 타카유키를 만나봤다.
-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10여 년 전에, 우연히 본 짤막한 신문 기사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맛보았습니다.
어떤 사건을 전하는 기사였습니다. 언젠가 이것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만들 수 없을까 라고
쭉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의 극단은 젊은 연극집단이었어요. 때문에 나이든 역할을 소화해낼 만한 배우가 없었지요. 분장 효과로 임기응변할 수 있었으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봤어요.
한데 어느날 카데다 아키오라는 훌륭한 배우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어요. 아, 이제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어떻게 한국 무대에 올리게 되신 겁니까.
제 작품을 본 일본의 한 프로듀서가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그는 한국의 공연계 상황을 잘 설명해 주었지요. 한국 연극계는 ‘뜨겁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어요. 그 말을 하는 순간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열정이 전해져 오더군요.
- 한국 무대에 올린 소감은.
호평을 받았어요. 이보다 기쁠 순 없지요. 관객이 다양한 감상평을 낼 때 감개무량했습니다.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기쁘다고 할까요. 이번 무대를 계기로 기회가 되면 더 많은 작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 한국 첫 방문이지요?
서울의 거리는 참 뜨거워요. 연극도, 관객도, 거리의 사람도 열정이 뿜어져 왠지 더 많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날씨는 춥지만 옷을 많이 입지 않아도 될 만큼이요. 일본 사람들이 왜 한국 여행을 많이 하는지 이번 방문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 연극의 부녀 사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이렇게 가까웠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30분의 7은’의 공연은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070-4221-1888). 국민일보 쿠키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