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이지만 한국 마운드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인 듯하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는 한국 야구에 분명한 과제를 안긴 대회였다.
한국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3-5로 패했다. 슈퍼라운드에서 멕시코를 잡고 도쿄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지만, 슈퍼라운드 최종전에 이어 결승전에서도 일본에게 내리 무릎을 꿇으며 실력 차를 절감했다.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국제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음에도 쿠바, 미국, 멕시코 등 강팀들을 차례로 제압하는 성과를 냈다. 강백호, 이정후, 이영하 등 젊은 피들의 활약을 통해 대표팀 세대교체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마운드 세대교체라는 난제는 골칫거리다. 면면들이 달라진 타선과 달리 한국의 마운드엔 여전히 ‘새 얼굴’이 부족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마운드를 줄곧 책임졌던 김광현(SK), 양현종(KIA) 두 좌완 원투펀치가 이번 대회에서도 선봉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들이 대만, 일본에게 무너지면서 ‘마운드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치진과 선수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양현종, 김광현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 고마울 따름”이라면서도 “젊은 투수들이 많이 나와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광현 본인도 “이제는 나의 뒤를 이을 새로운 ‘일본 킬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리그를 돌아봐도 김광현, 양현종의 자리를 대신할 투수가 없다는 것이다. 2020 도쿄 올림픽, 더 나아가 2021 WBC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좋은 투수를 발굴하기 위해선 아마추어 시스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데, 이는 단기간에 해결 할 수 없다.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긴 호흡의 리빌딩이 이뤄져야 한다.
허구연 해설 위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아마추어 야구에서부터 어린 선수 발굴이 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 부상 선수도 많고 좋은 지도자도 부족하다”며 열악한 국내 환경을 꼬집었다.
그는 “10년 동안 좋은 선수들이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 미국으로 직행했다. 문제는 성공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등 성장할 시간을 놓쳤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좋은 인프라, 제도가 필요하다. 왜 10년 동안 김광현, 양현종이였는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