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외출 전후 손 씻기에만 상당한 시간을 들인다. 손을 씻고 난 직후에도 또 씻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시 세면대로 향하는 식이다. 가정주부 B씨도 남편이 퇴근하는 저녁시간만 되면 마음이 찜찜해진다. 혹여 남편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묻힌 채 집에 들어왔을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남편이 지나간 자리, 만졌던 물건들을 닦고 또 닦아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손 씻기에 집착하는 강박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위생수칙 준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지만, 오염에 대한 찜찜함이 계속되고 씻은 부위를 계속해서 씻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수준이라면 '강박증(강박장애)'을 의심해봐야 한다.
강박증은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특정 행동에 비정상적으로 몰두하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병균과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과도하게 씻는 '오염 강박'과 반복적으로 상황을 확인하는 '확인 강박' 두 가지다. 100명 중 2~3명꼴로 겪는 질환이지만, 단순히 꼼꼼한 성향 또는 완벽주의 등으로 오인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현장에서는 최근 강박증 환자들의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숨은 환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2만545건이었던 '강박장애 진료비 청구건수는 2020년 6월 2만3715건으로 15%가량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지난해의 경우 월별 진료비청구건수가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대영 춘천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오염 강박이 심해진 환자들을 많이 본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방금 씻은 손을 또 씻거나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손을 씻는 것은 바이러스 예방과는 동떨어진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안과 찜찜함 때문에 이를 반복하는 것이 강박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 개인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위생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는 병을 인식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습관의 문제 아니라 엄연한 질병이고, 진단이 늦어질수록 증상이 심화될뿐더러 만성화되어 치료가 어려워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젊은 층에서 잘 생기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4년간(2016~2019년) 강박장애 환자의 연령별 비율을 살펴보면, 20~30대가 50.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대가 28.7%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1.8%로 나타났다. 10대도 14.8%로 적지 않은 비율을 보였다.
노 교수는 "강박증은 주로 10대 청소년기에 발병하기 시작하며, 20~30대 젊은층 비율이높다. 나이가 들어 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40~50대부터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가장 생산성이 높고 활동적인 시기에 강박증으로 인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고통을 받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10년 이상 방치하다 뒤늦게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많을 정도로 조기진단과 치료가 잘 이뤄지지 않느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말했다.
강박증 치료는 기본적으로 특정 행동을 참는 연습과 약물치료로 진행된다. 주변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강박증 환자의 행동을 ‘위생 관념’으로 치부하거나 강박증에서 비롯된 청소나 정리 등을 돕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우울증, 불안장애 등 동반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본원인이 강박증인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노 교수는 “치료를 위해서는 강박행동을 멈추고 참는 맷집을 키워야 한다. 주변사람이나 가족들이 강박증 환자에 맞춰주기 위해 함께 청소하고, 정리하는 등 동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증상을 강화시키는 일일 수 있다"며 "특정 행동에 과하게 집착한다면 강박에 의한 것은 아닌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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