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의료 인공지능(AI) 닥터앤서가 의료현장에 속속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AI시대에 맞는 의료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동균 가천대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특정 병원이나 의료진만 닥터앤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료AI의 기본 전제가 ‘보편성’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닥터앤서는 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의사의 진료·진단을 지원해주는 일종의 AI다. 국민건강과 밀접한 8대 질환에 대한 21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정부주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시작 닥터앤서 1.0에는 3년간 488억(정부 364억원, 민간 124억원)이 투자됐으며, 26개 의료기관과 22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참여했다.
박 교수는 닥터앤서 ‘대장암 컨소시엄’을 맡은 책임자로 지난 1월부터 닥터앤서 대장내시경을 의료기관 최초로 진료에 적용해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닥터앤서 대장내시경은 진단정확도를 기존 74~81%에서 92%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대장암 환자의 사망률을 30% 줄이고, 대장내시경 검사 주기를 늘려 의료비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런데 닥터앤서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 보다는 의료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위별 수가제 등 지불 시스템의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사용되지 않는 기술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닥터앤서를 활용하면 꼼꼼하게 대장 용종을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보상이 없다면 의료현장에서 활발히 활용되기 어렵다. 꼼꼼하게 진단할수록 내시경 환자가 줄고, 개별 의료기관이 얻는 이익은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내시경을 많이 한 병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장암 위험을 줄이고 의료의 질을 높인 병원이 더 높은 보상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AI가 보편적인 의료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도 피력했다. 박 교수는 “의료AI의 강점은 인간의 실수를 줄여서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정 병원이나 의료기관만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 의료 인프라로 적용돼 보편적인 의료로 자리 잡아야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의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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