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스릴러 영화 ‘핸드폰’

2% 부족한 스릴러 영화 ‘핸드폰’

기사승인 2009-02-18 17:33:02

[쿠키 문화] 영화 ‘핸드폰’은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호평받은 김한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영화는 섹스 동영상이 담긴 휴대 전화를 두고 두 남자가 쫓고 쫓기는 상황을 스릴러로 엮어냈다.

엔터테인먼트 업체 대표이자 매니저인 오승민(엄태웅)의 유일한 희망은 청순한 이미지로 뜨기 시작한 배우 진아(이세나)다. 화장품 CF 계약을 눈앞에 둔 시점에 진아의 남자친구가 진아와의 성관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빌미로 승민에게 돈을 요구한다. 승민은 이 일을 해결하려다 문제의 동영상이 담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다.

휴대전화를 주운 정이규(박용우)는 지나치게 고객에게 굽실거리는 대형마트 직원이다. 친절 직원으로 뽑힐 만큼 환한 미소가 특징이지만 손님으로부터 모욕을 당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다. 내면에 분노를 삼킨 이규는 핸드폰을 빌미로 승민을 괴롭힌다.

‘핸드폰’은 상업 스릴러의 전형적인 공식을 답습했다. 캐릭터는 껄렁거리는 열혈 매니저와 차분한 범죄자로 뚜렷하게 구분됐다. 곳곳에 깔려 있는 복선과 빠른 전개, 관객을 놀라게 하는 음악도 그 예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라는 소재에 비해 신선함이 부족하다. 또 엄태웅의 연기는 지나치게 단선적이라는 인상이다. 곧잘 화를 내지만 마음씨도 좋은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폭력과 살인에 이르게 되는지에 대한 내면적 갈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빚에 시달리는 매니저가 스타의 섹스 동영상을 지키려 했다는 설명이 가슴으로 와 닿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이규와 승민의 대결이 팽팽하지 못하다. 영화는 이규의 집요함을 가끔 드러낼 뿐, 승민에게 집중했다. 숨어서 타인을 괴롭히는 이규와, 끊임없이 이규를 찾으려는 승민의 대결이 좀 더 지능적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또 승민의 아내를 둘러싼 다른 사건, 승민의 사채 문제 등이 얽히면서 영화는 산만한 느낌마저 든다.

스릴러 영화는 관객에게 은근한 공포감과 긴장감을 줘야 한다. 좁은 섬에서 한 사람씩 죽어간 ‘극락도 살인사건’의 심리 스릴러 묘미가 이 작품에선 상대적으로 덜하다. 19일 개봉, 18세가.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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