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화 ‘도쿄 소나타’…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가족애 그려

日 영화 ‘도쿄 소나타’…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가족애 그려

기사승인 2009-03-19 17:12:04

[쿠키 문화] 영화 ‘도쿄 소나타’는 각자 비밀을 간직한 채 같은 지붕 아래 사는 가족에 관한 보고서다. 하루아침에 실직 가장이 된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숨긴 채 매일 고용지원센터에 나가고, 식사는 길에서 주는 무료 급식으로 해결한다. 실직 후 구직 활동에 나선 그는 회사 면접관 앞에서 볼펜을 마이크 삼아 노래를 부를 만큼 초라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가족에게는 언제나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가장 노릇을 하려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아들 겐지는 급식비를 몰래 빼돌렸다. 아버지가 피아노 교습을 반대하자 급식비로 피아노학원에 등록한 것. 그의 재능을 알아본 학교 선생님은 음악전문학교 진학을 권유하고, 겐지는 가족 몰래 숨겨둔 꿈을 향해 차근차근 준비한다.

어머니에게도 비밀은 있다. 아버지가 매일 고용지원센터에 가는 걸 보고서도 모른 체 한 것. 가족으로부터 위로받지 못한 엄마는 어느 날 집에 들어온 도둑과 훔친 차를 타고 바닷가로 가출해 버린다. 한편 갑작스럽게 세계 평화를 위해 미군에 입대하겠다는 큰아들까지 등장하니, 관객은 이쯤 하면 막가는 가족으로 볼 수도 있겠다.

방황과 일탈의 끝을 향해 달려 가던 사람들은 그러나 어느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화장실에서 돈 봉투를 주운 뒤 무작정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빠는 온몸에 나뭇잎을 붙인 채 집에 온다. 하룻밤을 보낸 도둑이 자살하자 갈 곳 없는 엄마도 발길을 집으로 돌린다. 무임승차를 하다 경찰서까지 끌려간 막내아들과 미군에 입대해 전쟁터를 떠돌던 큰아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들은 서로에게 어떤 이유도 묻지 않은 채 네모난 식탁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아 머리를 숙인 채 아침밥을 먹는다. 창밖에서 들어온 가느다란 아침 햇살이 상처받은 가족을 비춘다.

‘도플갱어’ ‘절규’ 등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공포영화를 주로 연출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서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가족애를 드러낸다. 서로 내면을 낱낱이 알지 못하는 게 가족이지만, 그걸 알지 못해도 함께 모이는 게 가족이라는. 12세가, 19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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