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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다양한 영화 장르를 넘나들며 창의적 실험을 이어나간 고 신상옥(84) 감독의 회고전이 열린다. 2006년 4월11일 별세한 신 감독의 3주기를 기념해 한국영상자료원과 신상옥감독기념사업회가 공동주최한 기획전 ‘사랑 사랑 영화 사랑’은 다음달 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마련된다.
상영작은 신 감독이 이끈 영화사 신필름의 대표작부터 북한에서 제작한 영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남긴 영화까지 총 16편이다. 프랑스에서 촬영된 ‘이별’(1973년), 특수효과를 사용한 ‘효녀 심청’(72년) 등 당시 화제를 모은 작품과 북한에서 제작된 ‘돌아오지 않은 밀사’(84년), 탈북 이후 할리우드에서 만든 ‘스리 닌자스’(92년) 시리즈 3편, 한국에서의 유작 ‘겨울이야기’(2004년)를 통해 한국 영화사의 일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서는 당대 최고 스타들의 열연도 볼 수 있다. 16㎜로 제작한 영화 ‘코리아’(54년)를 시작으로 배우 최은희와 영화적 동지가 된 신 감독은 60년대 중반까지 대부분의 영화를 그녀와 함께 하게 된다. 이번 회고전에서도 ‘성춘향’ ‘열녀문’ ‘무숙자’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 등을 통해 최은희의 전성기 시절을 만날 수 있다. 60년대 후반부터 김지미 윤정희 오수미 등 여배우를 폭넓게 기용한 그의 작품 세계에는 배우 남궁원 김성원 등도 출연한다.
양공주를 사랑하는 문학청년의 갈등을 그린 사실주의적 영화 ‘악야’(52년)로 데뷔한 신 감독은 역사물, 통속적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특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상록수’ ‘열녀문’ ‘벙어리 삼룡이’ 등 문예영화를 내놓은 그는 ‘하녀’(1960년)의 김기영, ‘오발탄’(1961년)의 유현목 감독과 함께 60년대 한국 영화의 트로이카 감독으로 불렸다.
78년 홍콩에서 납북돼 86년 오스트리아 빈 미국 대사관으로 탈출, 3년 뒤 한국 땅을 밟기까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을 산 감독의 기획전과 함께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 VOD 사이트를 통해 4월 한 달간 영화 10편을 상영하는 ‘신상옥 감독 특별전’도 마련했다. 관람은 모두 무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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