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출연자협회 노조위원장 문계순 “월급봉투 매월 받도록…”

보조출연자협회 노조위원장 문계순 “월급봉투 매월 받도록…”

기사승인 2009-04-08 17:37:01
[쿠키 연예] 2006년 8월, KBS 1TV ‘서울 1945’ 촬영지인 경상남도 합천. 보조출연자(엑스트라)들은 털옷을 입고 모자에 장갑까지 꼈다. 한여름 30도를 넘는 찜통더위 속에 보조출연자 100여명은 1950년의 겨울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천막이 없어 서로 등을 돌린 채 남녀 구분없이 옷을 갈아입었고, 간이 화장실도 없어 아무 데나 대소변을 해결했다. 한 출연자가 쓰러졌지만 촬영장 반장은 구급차를 불러주지 않고, “간질 환자니까 놔두면 괜찮다”고 촬영을 진행했다.

그해 9월7일 촬영장 반장은 보조출연자 100명 중 50명의 촬영이 끝났음에도 “무임금으로 3시간을 더 대기해야 서울 가는 차를 출발 시키겠다”고 말했다. 화가 난 50여명은 실랑이 끝에 새벽 2시쯤 KBS 별관에 도착했다.

“노동 시간 12시간, 여기에 왕복 이동 시간까지 더하면 24시간. 하지만 우리가 받는 돈은 3만7000원이다”는 푸념이 제기됐고, 보조출연자들은 ‘노조를 조직하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날 갑작스럽게 노조가 설립된 뒤 지금까지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계순(54·사진)씨는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노조 활동비가 없어 머리를 깎아 그 돈으로 사무실 운영비를 마련했고, 어떤 날은 굶었다. 차비가 없어 걸어서 출퇴근하기도 했다.

“보조출연자는 보통 지방 촬영장에서 출발해 새벽에야 서울에 도착해요. 그들에게 홍보 전단을 뿌리기 위해 새벽 2시쯤 방송국에 가곤 했죠. 결국 대중교통이 끊겨 영등포역까지 걸어가 거기서 노숙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보조출연자 700여명이 모였지만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 때문에 제대로 활동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중앙노동위원회가 보조출연자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며 결정을 번복했다. 최근에는 보조출연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는 기획사 4곳과 단체협약을 정식 체결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에는 기획사에서 보낸 화분이 놓여 있었다. 한 보조 출연자는 “서울대 나온 사람(기획사 사장)이 우리한테 난을 보냈다”고 웃었다.

문 위원장은 “앞으로 봉급도 떼이지 않고, 두달마다 받는 돈도 매월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사 사장이 보낸 화분 옆에는 아직 다 받지 못한 SBS 드라마 ‘온에어’ 출연료 미지급 리스트가 붙어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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