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영화와 공연 등에서 불필요한 자살 장면이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다. 극 흐름상 다른 ‘장치’를 통해서도 충분히 이끌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살이라는 극단의 작법을 택하고 있다. 특히 자살 장면의 극대화를 위해 비장미를 앞세워 보여주는 탓에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모방할까 우려된다.
지난 4월 막을 내린 뮤지컬 ‘기발한 자살 여행’은 핀란드의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동반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이 멋진 곳에서 외롭지 않게 죽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14일 개봉하는 ‘김씨 표류기’는 자살을 시도하던 남성의 무인도 표류기를 담았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해준 감독은 “영화는 결국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고, 자살 또한 삶이 얼마나 팍팍한가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 또한 자살에 실패한 남성을 다루고 있다. 사회와 단절한 채 다양한 자살의 방법을 강구하던 그는 집에 불쑥 들어온 한 노숙자 여성과의 관계를 통해 풀어 나간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자살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껭이 “자살은 개인이 겪고 있는 외로움의 극단적 표현 양식”이라고 말했듯, 작품 속 인물들도 각자 처한 고통을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어 자살을 택한다. 그러나 주인공을 생명의 길로 옮기는 것은 전적으로 타인과의 교류, 즉 사람의 온기다.
실천신학대학원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는 “작은 공동체가 거시적인 사회 규범보다 더 구체적으로 개인에게 다가간다”며 “주인공이 관계성을 통해 희망을 찾듯, 관객도 영화를 통해 가상적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 속 사적 구제는 미흡한 사회적 자살 예방 대책을 반영하기도 한다. 실직 등 사회 안전망 부재로 인해 자살이 증가하는 데 비해 대부분 자살 예방법이 우울증 치료 등 개인에게 국한되기 때문이다. 최영균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 자살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한계가 작품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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