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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에 몰린 해외 언론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화제 공식 일간지 중 하나인 할리우드 리포터는 17일(현지시간) 리뷰에서 “모성의 근본을 탐구하기 위해 숨 막힐 정도로 강렬하게 한 인물을 파고든 범죄 미스터리”라고 호평했고,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 역시 “칸 경쟁부문에서 부당하게 거절당했음에도 ‘마더’가 경쟁부문에 진출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마더’는 살인범으로 몰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는 엄마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봉 감독은 “엄마와 아들의 단순한 이야기가 극한으로 몰리며 스릴러가 된다”며 “예전에는 내용을 옆으로 확장했다면, 이번에는 돋보기로 햇빛을 한 곳에 모아 종이를 태우는 느낌으로 영화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사건 전개가 느리고,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작인 ‘괴물’ ‘살인의 추억’과 차별화된다. 그는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돌진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차근차근 가는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전문지 스크린 데일리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주연 배우인 김혜자의 연기다”라고 호평하는 등 김혜자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혜자는 “서울에서 상을 받을 때도 무안해서 시상식장 뒤로 들어갈 정도다”며 “다만 레드카페트에 서니 ‘외국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좋은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칸 영화제 방문이 처음인 그는 이어 “예의상 시사회에서 박수를 치지만 어제는 박수를 끊이지 않고 쳐 주셔서 의례적인 박수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쑥스러우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국민 엄마’라는 기존의 온화한 이미지와 달리 이 영화에서 섬뜩하고, 광기 어린 모습으로 분한 김혜자는 “그동안 영화 관계자들이 기존 이미지를 답습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그런 것은 스스로도 지겨웠다”며 “봉 감독은 ‘마더’를 통해 타성에 젖어 있는 내 연기를 깨부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봉 감독이 대본에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라는 지문을 달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45년 연기 경력을 지닌 자신조차 때로는 모든 것이 막막해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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