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계도 세정제도 부족한 학교…신종 플루 사각지대

체온계도 세정제도 부족한 학교…신종 플루 사각지대

기사승인 2009-08-26 17:35:02
[쿠키 사회] 학교는 현재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 무방비 상태다. 체온계, 세정제, 소독제 등 기본적인 예방 물품이 없는 데다 학교 3곳 중 1곳은 보건 교사조차 없다. 그나마 있는 보건 교사도 마스크 한 장 없이 하루 수십명의 신종 플루 의심 학생을 상담한다. 가을철 신종 플루 대유행을 앞두고 최대 수천명이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각 학교에는 체온계 등 기본적인 신종 플루 검사 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탓에 매일 아침 양호실은 북새통을 이룬다. 담임 교사가 조례 시간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학생을 양호실에 보내기 때문이다. 대부분 단순 감기 증상인 학생들은 체온을 재기 위해 30∼40명씩 줄을 서서 기다린다.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고등학교 보건 교사 A씨는 “디지털 체온계가 각 학급에 지급되기만 해도 자가 진단에 도움이 되고 보건 교사가 실질적으로 의심스러운 학생을 더욱 세밀하게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세정제, 소독제, 공기 청정기 등 예방 물품도 턱없이 부족하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보건 교사 B씨는 최근 교육청에서 1000㏄ 분량의 세정제 8통을 받았다. 하지만 33학급, 1200여명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는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었다. 세정제는 하루 만에 동이 났다. B씨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게 신종 플루인데 공기 청정기가 없는 데다 기본적인 예방 물품도 전혀 지원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있는 예방 물품은 비누가 전부다.

보건 인력도 부족하고 보건 교사에 대한 신종 플루 예방책도 전혀 없다. 지난해 보건 교사 배치율은 64.7%로 전국 초·중·고교 1만1000여개에 7392명의 보건 교사가 배치돼 있다. 그나마 보건 교사가 있는 곳도 수업과 학생 상담,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수십장의 공문을 작성하느라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 보건 교사인 C씨는 “하루 70∼80명의 학생이 상담을 할 때 기침을 하지만 정작 교사에 대한 예방책이 없어 불안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26일 뒤늦게 학교 신종 플루 예방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등교할 때 교문 앞에서 모든 학생의 발열 상황을 체크하고, 빠른 시일 내에 교실에 소독기 등을 구비한다는 내용이다. 수원의 다른 고등학교 보건 교사 D씨는 “최대 2000명의 학생이 동시간대에 등교를 하는데 매일 전수 조사를 한다는 게 과연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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