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객 알바 요지경,팬심 이용해 기획사가 알바비 착복

방청객 알바 요지경,팬심 이용해 기획사가 알바비 착복

기사승인 2009-09-10 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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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7시간 33분간 일을 하고 손에 쥔 돈은 9000원. KBS 2TV에서 방영되는 '해피선데이'의 방청객 아르바이트로 받은 대가는 1시간당 1192원이었다.

그나마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유명 연예인을 본다는 이유로 10시간 넘게 일하고도 돈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인기 프로그램의 '무료 방청객'(아르바이트 대가를 받지 않는 방청객)이라도 되려면 다른 프로그램 1∼2개를 해야 발탁될 수 있다. 연예인을 가까이서 보겠다는 팬들의 마음은 방청객을 끌어 모으는 기획사의 장사 대상이다.

본보 취재팀은 지난달 28일 오후 7시30분 '해피선데이'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위해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 찾아갔다. S기획사 관계자는 대뜸 누구 팬이냐고 물었다. 대답을 하지 않자 기획사 관계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선호 연예인을 파악해야 여러 프로그램 동원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오후 9시5분 기획사 관계자가 아르바이트생들을 모았다. "이거 하면 2PM 나오는 '스타킹'에 출연할 수 있는 거지?" "오빠들 이번 주에 안 나온다고 하던데" 들뜨면서도 긴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미 편집된 화면에 웃음과 박수 소리를 더빙하기 때문에 오늘은 연예인을 볼 수 없는 날이다. 그럼에도 20대 여성 40여명이 모인 것은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놀라운 대회 스타킹'(스타킹) 방청객으로 진출을 노리기 때문이다.

어두운 지하 1층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TV 2대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기획사 관계자가 기본 훈련을 시작했다. "먼저 '하하하∼' 대박웃음과 '하하∼하하∼'란 웃음 두개가 있어요. 요즘은 연예인 한 명이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 다른 사람이 받아치잖아요."

전화를 하고, 커피를 마셔도 녹화는 시작되지 않았다. PD의 편집 작업이 끝나지 않아서다. 허락 없이는 방송국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오후 10시가 넘자 기획사 관계자는 "계속 늦어지면 특별히 '뮤직뱅크' 리허설에 넣어줄게요. 오히려 늦게 끝나길 바라죠?"라고 제안했다. "원래 리허설은 빽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데 오늘 재수 좋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오후 11시30분이 돼서야 녹화가 시작됐다. 휴식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쪽잠을 자는 인원이 늘어났다. 새벽 3시3분에 아르바이트는 끝났다.

처음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A씨는 "왠지 내가 이용당하는 것 같다.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수시로 전화 와서 '알바 할래요?' 묻고는 바로 끊는다. 혹시 '스타킹' 알바비가 나오는데 없다고 말하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옆에 있던 B씨는 "에이, 설마 그러겠느냐"고 했다. '해피선데이', '스펀지' 등 2개 프로그램에 출연한 A씨와 B씨는 '스타킹'의 무료 방청객이 됐다.

하지만 스타킹을 방영하는 SBS는 매주 기획사에 방청객 1인당 1만5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방청객 약 80명이 동원된다. 기획사 관계자는 "팬이 아닌 일부 방청객에게는 임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31일 10시간30분 동안 '스타킹' 방청객을 한 B씨는 방송국에서 돈이 지급되는데 기획사가 중간에 가로챈다는 사실을 알고는 허탈해 했다. B씨는 7년째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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