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만 노려라” 황당 절도단

“소나무만 노려라” 황당 절도단

기사승인 2009-09-18 18:23:02
“형님, 50년 넘는 명품 소나무 말입니다. 하나 훔치면 진짜 돈이 돼요. 제가 소나무 절도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지난 2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김모(31)씨는 충남 공주 출신의 고향 후배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인적이 뜸한 산골을 찾아가 소나무를 훔친다?’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문제는 사람이었다. 많게는 250년된 소나무를 훔치는 데는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우선 친형인 김모(36)씨를 끌어 들였다. 그리고 처음 소나무 절도를 제안한 후배 김모(27)씨 등 11명을 모았다. 이렇게 해서 ‘13명의 소나무 절도단’이 완성됐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경북 문경 등 인적이 뜸한 산골을 찾아가 50∼250년생 소나무 14그루를 훔쳤다. 행여 소나무가 가지 하나라도 부러질까 걱정한 이들은 산 속에 운반용 길까지 뚫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0∼30년생 소나무를 마구 잘라내고, 수확기의 송이버섯도 망쳐놓았다.

13명의 소나무 절도단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구로경찰서는 18일 김모(31)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모(35)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삼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다. 앞서 박모(23)씨 등 4명도 포항 북부경찰서와 충북 영동경찰서에 구속됐다. 13명의 소나무 절도단 중 단 한 명만 검거를 피해 도망다니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소나무 절도에 성공한 뒤 13명 중 박씨 등 몇 명이 독립해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그러다보니 각각 다른 경찰서에 구속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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