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Style] 이태원만큼 톡톡 튀는 두 디자이너, 스티브 J & 요니 P ①

[Ki-Z Style] 이태원만큼 톡톡 튀는 두 디자이너, 스티브 J & 요니 P ①

기사승인 2011-12-03 13:00:01

[쿠키 문화] 이태원은 이국적이면서도 정겨우며 활기찬 동네다. 세계 각국의 인종과 문화가 섞인 거리는 한국 같기도, 외국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태원 큰 길을 지나 제일교회로 지나가면 이국적인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독특한 다운타운이 자리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택단지 사이에 아티스트들이 모여 자신의 공간을 자랑하고 있다. 그 곳 한가운데 자리한 디자이너 스티브 J & 요니 P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았다.


★ 런던 컬렉션에서 먼저 데뷔한 실력파,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기억

스티브 J &요니 P는 이름부터 독특한 레이블이다. 디자이너 정혁서, 배승연의 영어 이름에서 빌려 만든 이 브랜드는 두 사람의 오래된 역사다. 런던 컬렉션에서 데뷔해 한국에 진출한 지 몇 년, 이제 패션 피플 중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인지도를 넓힌 두 사람은, 부부다.

이름 외에도 두 사람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런던컬렉션이다. 지금은 런던에도 조금씩 한국 디자이너 레이블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런던컬렉션을 치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영국에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예 없다시피 했다. 스티브 J는 그 시절에 대해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고 회상했다.

“런던컬렉션은 영국 유학 시절 석사 과정 입학 전에 데뷔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패션디자인과 학부생이 서울컬렉션 데뷔하는 것과 똑같죠. 당시엔 꿈이 실현된다고만 생각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힘들었다. 한국 패션위크도 채 몰랐던 시절, 생판 남의 나라 패션의 중심부에서 자신들만의 컬렉션을 전개하는 것은 난관이었다. 요니P는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재정 문제였다“고 말한다.

“우리 같은 독립 레이블은 영국이나 한국이나 가장 힘든 것이 재정 문제에요. 영업 하는 사람이 아니라 디자이너다 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나면 돈이 없죠. 지났으니까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지만, 그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요니 P)

“돈이 많거나, 그쪽에 대해 많이 알고 했으면 차라리 시작도 못 했을 거예요. 다 알았으면 패션위크 도전 안 했죠. 한국 와서 대기업에 취직했겠지.”(스티브 J)

대기업에 다니는 스티브 J 와 요니 P. 상상도 되지 않았다.


★ 결코 운 좋고 돈 많아 유학 간 애들 아냐… 서로에 대한 믿음과 낙천주의로 극복

사실 스티브 J와 요니 P의 발랄한 모습에서는 그들이 말하는 ‘힘든 생활’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활력 넘치고 장난기 많은 인기 디자이너, 라는 것이 그들의 대표적 이미지 중 하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성공에는 생각보다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최근 두 사람이 낸 자서전만 봐도 그렇다.

“주위 사람들이 자서전을 보고 우리를 다시 봤다고 하더라고요. 돈 많은 애들이 유학 다녀와서 운 좋게 런던에서 데뷔하고, 화려하게 한국에서 런칭한 줄 아는 사람들도 많은데, 전혀 아니에요. 돈 문제도 굉장히 많았고,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았어요. 실제로 대부분 비슷한 문제 때문에 유학 온 사람들이 많이 좌절합니다. 유혹도 많고, 망가지는 사람도 많죠.”(스티브 J)

그러나 그들은 두 사람이었다. 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됐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서로를 응원했고, 잘하면 잘하는 대로 행복했다.


요니 P는 “아마 런던에서 힘들고 괴로울 당시에 자서전을 썼으면 책이 처지고 힘들고 괴로웠을 텐데, 다 지나고 나니 그저 재밌고 좋은 기억이에요” 라며 웃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경험이 결코 가벼운 무게는 아니었으리라.

★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독립 디자이너, 그러나 상업적인 것은 싫어…

사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리하기에 한남동은 상당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동네다. 디자인에 필요한 대부분의 공정을 할 수 있는 샘플숍들은 전부 강남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주 고객층인 패션 피플의 유동인구수는 더더욱 적다. 여유를 즐길 수는 있지만, 여유 부리다간 망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두 디자이너는 고개를 내저었다.

“원래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사무실을 구했어요. 6개월 간 있었죠.”

한국에 들어온 지 몇 년이 되지 않아 사무실이 없던 두 디자이너는 매번 까페에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남의 가게에서 하는 작업이 능률이 좋을 리 없었다. 결국 무작정 다음 날부터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그러나 가로수길은 두 사람에게는 맞지 않았다.

“샘플실도 많고, 다른 디자이너들도 많이 입주해 있어 좋을 줄 알았어요. 아니었죠. 비싸고 좁고, 상업적인 것들로 가득차 있는 거리,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것들은 아무 것도 없었어요.”라고 말하며 좀 더 창조적인 분위기를 원했던 두 사람은 런던에 있던 시절과 닮은 한남동으로 들어왔다. 몇 달을 고르고 골라 들어간 곳이 지금의 사무실.

1층은 플래그십 스토어, 2층은 컬렉션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이며, 3층은 두 사람의 사무실이다. 스티브 J는 “신비감도 좀 있지 않나. 스토어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와 보고 위에 있을 우리의 아뜰리에를 궁금해 한다. 우리가 작업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며 즐겁게 위를 올려다보는데, 그게 우리 사무실까지 다 들린다.”며 사무실 자랑을 늘어놓았다. 가끔 외출할 때 1층으로 내려가면 손님들이 그렇게 반가워 할 수가 없다고. 브랜드 소비층과의 소통이 일상화 된, 디자이너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공간인 셈이다. (②에 계속)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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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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