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대 민간 경제단체인 기업인연합회(Medef) 대표단은 3일부터 사흘일정으로 테헤란을 방문해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대표단에는 세계적인 석유화학업체인 토탈을 비롯해 TGV 제작사인 알스톰, 통신기업 오랑주 등 110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정부 관계자도 포함됐다.
서방 기업인이 대규모로 이란을 방문하는 것은 수십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대표적인 원자력 관련 기업인 아레바와 EDF는 이번 대표단에서 빠졌다. 핵무기 개발 의혹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이란진출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문이 당장 계약으로 성사되는 등의 가시적 성과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달 20일부터 이란에 대한 제재를 6개월 한시적으로 완화키로 했지만 제재가 영구적으로 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조사를 위해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Medef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대표단 파견에 앞서 조사한 시장 조사에서 엄청난 수요를 확인했다”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완전히 해제된 것은 아니지만 인구 7600만명의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이란 핵 문제로 인한 경제제재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이란 시장에서 재미를 봤다. 특히 르노와 푸조는 자동차 시장을 휩쓸었다. 하지만 경제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제품이 이들의 자리를 차지했다. 르노는 2012년 철수하기 전까지 연간 10만대의 자동차를 이란에 판매했다. 푸조 역시 45만8000대를 팔아치웠다. 경제 제재 조치 완화로 르노는 지난달 말부터 자동차 부품 수출을 재개했다. 상반기에는 자사의 소형 자동차 모델인 로간을 현지 생산할 예정이다.
프랑스가 앞서 나가자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도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말 독일의 식품과 의료, 건강, 자동차 부품 등 각 업종별 대표 기업인이 이란을 방문한다. 네덜란드도 기업대표단 구성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2월 엠마 보니노 외무장관이 방문한데 이어 에너지 회사인 ENI의 고위간부들도 최근 이란행 비행기에 올랐다.
테헤란에서는 EU에 이어 미국 역시 이란 진출을 위해 관리들과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세계 4위의 석유 매장국이자 2위의 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란에 미국기업인 셰브론과 엑손 모빌이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1970년대 말 이란혁명 이전에 자신들이 설치한 옛 석유생산시설 및 정유시설 정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의 진출은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가 되기 때문에 기대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지난해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및 독일과 핵 활동 억제에 대한 협상을 벌여 경제제재 완화를 약속받았다. 제재 해제를 위한 추가 협상은 오는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