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쿠키뉴스] 신영삼 기자 =하얀 운동모자를 눌러 쓰고,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검정색 여행용 가방과 배낭을 짊어진 할머니가 신안군청사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거침없는 발걸음이 마치 제집을 걷는 듯 자연스럽다.
광주가 고향이고 집이지만 김우돌(72‧여) 할머니는 지난 50여년 동안 신안군청 뿐 만 아니라 읍‧면사무소와 신안의 섬마을까지 가 보지 않은 곳이 없다.
김 할머니의 직업은 치약, 칫솔, 옷, 양말, 가방 등을 파는 보따리 행상이다. 커다란 가방을 끌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군청을 찾았지만 29일 김 할머니가 방문한 곳은 여느 때와는 다른 곳이었다.
김 할머니는 이날 박우량 신안군수를 만나 코로나19 위기극복지원 성금 100만 원을 기탁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70만 원에다 장사로 번 30만 원을 더했다.
김 할머니는 2017년에도 10년 동안 적금을 부어 모은 1000만 원을 신안군에 있는 아동 및 노인복지시설 2개소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날 김 할머니는 45년여 전, 증도면사무소로 물건을 팔러 다닐 때 일이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자신에게 먼 섬들을 돌며 장사하느라 고생이 많다면서 작은 물건이라도 꼭 사주곤 했던 ‘키다리 직원’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지금의 박우량 군수라면서 소중한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에게서 물건을 사주고 마음을 함께 나눠 준 신안군청 직원들과 주민들이 있었기에 자녀들을 잘 키우고 생계를 이어 갈 수 있었다”며 “이제는 내가 나눠야 할 차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작은 기부라도 계속 실천하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우량 군수는 “김우돌님의 진정한 나눔 실천이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지친 지역 주민들에게 큰 위로와 귀감이 될 것이다”며,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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