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청년 정책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병사 월급 인상 공약을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병사 월급 인상과 게임 시장 불공정 해소 정책을 제시했다. 해당 정책들은 역차별, 군대, 게임에 관심도가 높은 20대 청년 남성을 겨냥하고 있다. 청년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책들은 ‘이대남’으로 불리는 청년 남성에게 치우쳐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여성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월17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설문을 통해 익명으로 의견을 수집했다. 27명의 여성들이 설문에 참여했다.
20대 여성을 대표하지 못하는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
‘대선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과 정책 기조가 20대 여성을 대표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92.6%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7.4%는 ‘보통이다’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대답한 이는 없었다. 응답자 대부분은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청년 공약과 정책이 20대 여성인 자신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전히 여성혐오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기하는 후보가 거의 없다”
“군대 월급 증가, 군 가산점제는 이야기되나 성별임금격차는 이야기되지 않는다”
“이대남 관련 공약들만 계속 말하고 있다”
“양당 후보가 여성이 겪는 차별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가 양당 후보가 제시하는 청년 공약에 여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불필요한 논쟁을 지속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20대 여성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지도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여성의 정치 의사 표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여성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명확한 공약이 필요하다
응답에 참여한 20대 여성들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청년 공약을 요구했다.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고,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개선책을 마련하고,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대책 등이다.
“여성인권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아직도 여성은 생을 사는 데 있어서 학교, 직장, 집, 길거리 등에서 성폭력 위험에 항상 노심초사하면서 살아야 한다. 성폭력 뉴스들을 보면 젊으나 늙으나 평생 성폭력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같아서 절망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채용, 직장, 가사노동, 육아 등에서도 성차별을 겪는데 거대 양당 대선 후보 누구도 이런 이슈에 크게 목소리 내지 않는다. 여성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말하는 이대남의 눈치를 보고 여성차별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 걸 보면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젠더 불평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다른 진영 측의 날선 태도 신경 쓰느라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사회에서 평등한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정책과 개선 조치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여성차별이 없다는 주장은 현실과 멀다. 대선 후보들이 내세우는 청년 공약과 여성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여성차별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한다. ‘무고죄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성범죄 가해자가 무고죄를 통해 피해자를 옥죄는 현실에 주목하는 등 실제 존재하는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대 여성은 여전히 차별을 느끼고 있다.
갈등이 아닌 포용적 공약을 지향하길
청년 공약이라면 청년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 한쪽 성별에 치우치면 안 된다. 이대남과 이대녀의 갈등 구도를 통한 표심 확보는 여성 청년의 목소리를 소외시킨다.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20대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통령 후보들의 노력이다.
“이대남을 위한 공약을 내지 말라는 게 아니다. 이대남만을 위한 공약을 내지 말라는 거다. 남성으로서 어려운 부분, 여성으로서 어려운 부분 모두 헤아리는 포용적 공약을 과감하게 자신 있게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표 안 되는 건 무조건 버리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부동층만을 안고 가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실제로도 혐오로 점철된 20대 남성이 강한 결집력과 지지세력으로 급부상하니 그들에게 맞추기 위해 온갖 혈안이 됐다. 여가부 폐지나 무고죄 강화도 그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정슬기 쿠키청년기자 sookijj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