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1일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119종합상황실로 심장질환 신고가 접수됐다. 퇴근시간과 겹쳐 도로는 자동차들로 가득 차 있었고, 소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중앙선을 넘고 차 사이를 뚫어가며 긴급히 출동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무 증상이 없었던 신고자는 그저 “집이 춥다, 웃풍이 심하다”면서 빨리 해결해 달라고 신고를 한 것이었다.
지난 1일 오후 8시께에는 길에 사람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이 신고 역시 긴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소방대원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환자가 아닌 단순 주취자였다. 그는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면서 아무 이유 없이 욕설까지 내뱉었다.
응급상황이 아닌 용무로 119에 신고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소방당국이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구급출동 미이송 건수는 2021년 4만 7686건에서 2022년 5만 7640건으로 20% 이상 증가했다.
미이송 사유는 이송 불필요 23.5%, 구급 취소 22.4%, 현장 처치 후 귀가 12.1%, 이송 거부 7.3% 순으로 나타났다.
대구소방은 비응급 신고로 구급차 공백이 발생하면 자칫 생명이 위태로운 진짜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어 응급 환자가 아닌 경우 119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에 단순 치통, 감기, 술에 취한 사람 등 비응급 환자일 경우 이송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송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신고자와의 갈등, 민원, 더 나아가 폭행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김봉진 대구소방안전본부 현장대응과장은 “한 건의 비응급 신고가 한 사람의 귀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높은 시민의식을 발휘해 비응급 119신고는 자제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