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연일 시민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가운데 판교에서 잠실한강시민공원을 찾은 서문한(56·사진) 씨는 “날씨가 계속해서 덥고 한강에서 수영을 즐겨 매주 주말이면 이곳 잠실대교 아래서 잠을 청한다”면서 “잠실대교 아래는 한강에서 유일하게 강 수영이 허락된 곳이어서 틈나는대로 안전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시원한 강물에 뛰어든다”고 말했다.
- 주말 한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
- 오늘 낮 최고 31~36도…곳곳 소나기에도 더위 지속
23일 밤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 영업종료 시간까지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다. 열대야(熱帶夜)는 여름에 18시부터 다음 날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C 이상인 밤을 지칭하는 용어다. 영어로는 Tropical Night라고 한다.
지난 7월 21일부터 이어져온 서울의 열대야는 34일을 기록했고 이전에도 3일의 열대야가 발생한 적 있어 올해 열대야는 총 37일이 됐다. 이는 1907년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다 기록이다.
날이 더울수록 더욱 열심히 달린다. 23일 밤 성북구 성북천에서 달리기를 하던 시민이 벽천에 흐르는 물길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연속 열대야를 경신하고 다시 23일에서 24일로 넘어오는 어젯밤에도 서울은 열대야를 겪으면서 열대야 연속 발생일이 34일을 기록했다. 서울의 올해 총 열대야 일수도 24일 기준 종전 최다 기록인 1994년의 36일을 넘어선 37일을 기록했다. 낮에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낮 최고기온은 31~36도, 체감온도는 최고 33~35도까지 올랐다. 열대야는 8월말 까지 지속할 전망이다. 토요일인 24일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열대야가 매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밤 늦은 시간까지 시민들이 한강시민공원을 찾아 더위를 식히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해 폭염의 주된 원인은 한반도 상공을 덮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이중 고기압 현상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열대야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주 초까지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다음 주 중후반에는 제10호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무더위가 누그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청계천에는 때 늦은 피서를 즐기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목포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 왔다는 박진우(47)씨는 “4학년과 6학년인 두 딸이 청계천을 너무 좋아한다”며 “목포가 서울보다 훨씬 남쪽인데 서울이더 더운거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유학 온 마이 옥(Mai Ngoc· 31)씨는 “학교친구들과 함께 바람 쐬러 나왔다”면서 “지난달까지는 서울이 이렇게 더운 줄 몰랐는데 서울이 고향 베트남 보다 더 더워 견디기 힘들다”며 청계천에 발을 담그며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24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가 33~35도 내외로 올라 매우 무덥겠고,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면서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소나기는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집중되면서 일시적으로 강하게 내릴 수 있겠고, 가까운 곳에서도 강수량의 차이가 크겠다”고 말했다.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23일 밤 서울 송파구 방이먹자골목의 한 카페에 더위를 피해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23일 밤 잠실한강시민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원을 찾은 한 시민은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 날씨가 누그러든 것 같다. 직장동료들과 먹거리를 나누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자정이 가까왔다. 하지만 내일이 쉬는 날이어서 조금 더 있다가 귀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