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장숙자(84) 학생이 졸업을 한 것.
2017년 3월, 70년을 돌아 입학해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손수레에 의지해 등교하면 교실에서 만나는 동기들은 같은 또래 할머니와 증손주 같은 쌍둥이 아이들.
바쁜 농사일로 학교가는 시간을 내는 것조차 버거워 중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몇 곱의 늦깎이 학생의 배움에 대한 욕심은 기어이 꺾이지 않았다.
이제는 갱번(마을 공동으로 미역을 채취하는 것)도, 공공근로도 몸이 예전 같지 않아 할 수 없지만, 오르막이 심해 손수레에 의지해야 겨우 걸을 수 있는 학교 가는 길만큼은 선생님들의 응원 덕분에 포기할 수 없었고, 몸이 아플 때를 빼고는 열심히 등교 했단다.
70 자락에 시작한 학교생활을 80줄에 올라앉은 나이에 졸업하지만, 한글 공부에 매진한 덕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읽고 쓰기가 가능해졌다.
아슬아슬했던 6년을 되돌아보니 졸업이 기쁘기도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아쉬운 마음도 있다.
6년 전 1학년을 함께 시작했던 동기는 모두 4명, 그러나 비슷한 또래의 반 친구는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원에 입원하면서 졸업이 유예됐고, 증손주 또래의 쌍둥이들은 지난해 12월, 부모가 광주로 이사 가면서 전학해 혼자 졸업장을 받게 됐다.
장 할머니의 목표는 여기까지, 중학교에는 진학하지 않는다. 나이도 나이지만 사는 곳인 서거차도리에는 중학교가 없어 중학교가 있는 조도에서 자취를 하거나 이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장 할머니의 졸업으로 이제 거차분교장의 학생은 2학년과 5학년, 6학년으로 올라가는 3명이 전부다. 장 할머니는 후배 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당부한다.
심우창 조도초등학교 교장은 모두의 졸업을 축하하면서, 특히 장숙자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하고 서거차도에서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날 장숙자 할머니와 함께 졸업한 조도초등학교 97회 동창생은 본교 7명, 대마분교장 1명까지 총 9명이다.
진도=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