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카드업계가 트래블카드를 연이어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반면 ‘여행 특화 카드’를 제외한 많은 인기 카드들이 단종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혜택을 줄이고 수익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카드가 해외여행 특화카드인 트래블카드를 출시하면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트래블카드 경쟁에 뛰어들었다.
각 금융지주 산하 카드사들의 트래블카드를 살펴보면 △KB국민(트래블러스) △신한(쏠트래블) △하나(트래블로그) △우리(위비트래블) △농협(NH트래블리)가 있다. 이들 5개 카드들 모두 환전수수료와 결제·출금수수료가 무료이다. 재환전수수료도 무료이거나 최대 1%로 낮다.
전업 카드사인 현대카드도 ‘마일리지 카드’를 개편해 여행 특화 카드 경쟁에 합류했다. 현대카드는 대한항공과 함께 항공 여행에 최적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대한항공카드 에디션2’를 출시했다. 카드는 항공기 편명을 연상하는 060, 120, 300, 더 퍼스트 에디션2 총 4종이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트래블카드 경쟁에 적극적인 것은 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지난 5월 말 기준 올해 누적 직불·체크카드의 개인 해외 이용금액은 1조8945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975억원)보다 72.6% 증가한 규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3일 “여행 특화 카드는 당장 수익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고객 수요가 워낙 커서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며 “여기에 일상 생활에서의 혜택까지 담아내면서 트래블카드를 평상시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하며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트래블카드 달리 소비자들에게 ‘알짜카드’로 불리는 많은 카드들이 단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카드 탄탄대로 올쇼핑 티타늄 △하나카드 원큐 데일리플러스 △삼성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센츄리온 △신한카드 욜로 테이스티 △우리카드 다알파 카드의 정석 등은 다양한 생활비 할인 혜택으로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았으나 단종됐다. 이외에도 롯데카드의 네이버페이 플래티넘 롯데카드와 현대카드의 배민현대카드·배민현대카드 하이브리드 등 포인트 특화 적립 상품들도 단종됐다.
올해 상반기에 단종된 카드들만 수백개에 달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 단종 규모는 282종으로, 지난해 전체 단종 규모인 405종의 절반을 넘어섰다. 신용카드 단종 규모는 2021년 255건에서 2022년 67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405건으로 급증한 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 단종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면서 점차 카드 혜택을 줄여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5832억원으로 전년보다 0.9%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3일 “지난해 이후 카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예전처럼 알짜 카드를 내놓으려면 연회비를 높이거나 카드사가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데 최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경쟁적인 알자카드 출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