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 쪼개기…10월 ‘대혼선’ 오나

수사·기소 쪼개기…10월 ‘대혼선’ 오나

기사승인 2026-03-25 06:00:08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을 두고 법조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기능을 나누는 방식이 사건 처리를 지연시키고, 기관 간 갈등과 책임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개편이 권한 분산이라는 취지를 살릴지, 아니면 부작용으로 이어질지는 시행 이후 운용 과정에서 가늠될 전망이다.

수사는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공소청·중수청 신설 법안이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지 사흘 만에 공포 절차까지 마무리됐다. 두 법안은 오는 10월2일 시행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기존 검찰 조직은 해체되고, 검사와 수사관은 각각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 배치된다. 수사는 중수청이,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 구조로 형사사법 시스템이 전면 재편된다.
 
법안에 따르면 공소청은 수사 기능을 상실하고 공소 제기 및 유지 기능만 전담하며,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 체계로 운영된다. 기존 검찰의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폐지됐고, ‘권한남용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검사의 징계 사유에는 ‘파면’을 명시해 별도의 탄핵 절차 없이도 신분 박탈이 가능해졌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등 △사이버 범죄 등 6대 중대범죄를 수사하게 된다. 이른바 법왜곡죄와 공소청·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원 공무원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행안부는 중수청 출범을 위한 후속 절차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이 민주적 통제 하에 중대범죄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신뢰받는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출범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지연·수사 공백 우려 여전

다만 제도 시행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오히려 사건 처리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사 단계에서 확보된 증거와 법리 판단이 기소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할 경우, 사건의 완결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무 차원의 혼선 가능성도 현실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수사와 기소 주체가 분리되면서 사건 처리 과정에서 협력 지연이 발생하거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소청이 중수청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양 기관 간 이견이 반복될 경우 사건 처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건 이관 과정에서의 수사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 검찰이 담당하던 사건을 중수청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초기 수사 역량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앞선 입법 과정 역시 도마에 올랐다.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공청회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법안이 강행 처리됐다는 비판도 있다. 제도 설계의 완성도보다 입법 일정이 우선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보완수사권이 사라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SNS를 통해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현실적인 통제 수단은 전건 송치와 보완수사뿐”이라며 “적절한 통제 장치가 없다면 검찰개혁이 도리어 ‘공룡 경찰’이라는 통제 불능의 괴물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조계는 초기 혼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기관 간 협력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사권을 분리하는 방향 자체는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초기에는 일정 부분 혼선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상 양 기관이 협력보다는 균형이나 상호 견제 관계로 흘러갈 수 있다”라며 “문제 발생 이후 시행령이나 법 개정으로 보완하겠다는 사후 대응 방식으로는 시행 초기 충돌과 혼란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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