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韓 석유 비축량 세계 6위…“200일 이상 가능, 대체선 검토”

호르무즈 봉쇄, 韓 석유 비축량 세계 6위…“200일 이상 가능, 대체선 검토”

기사승인 2026-03-05 10:34:08
어선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인근 호르무즈 해협 남쪽 해상에서 작업하는 가운데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AP연합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이란 전쟁 위기로 사실상 봉쇄됐지만, 우리나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석유 비축일수에서 세계 6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단기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IEA가 집계한 한국의 석유 비축 지속 일수는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일본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이는 석유 순수출국을 제외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규모를 갖춘 IEA 회원국들의 석유 비축 지속 일수를 비교한 결과다.

석유 비축 지속 일수는 석유비축물량을 전년도 일평균 석유순수입량으로 나눠 계산한 값으로, 수급 위기 시 국내에서 석유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IEA는 회원국에 원유 순수입량 기준 최소 90일분의 비축유 확보를 권고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의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약 27%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다. 해협 전체 폭 55km 중 유조선 통항 가능 구간은 10km 이내로 모두 이란 영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도입 비중이 전체의 약 70%에 달하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만약 이곳의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산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업계의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원유 수급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지난 3일 ‘중동 상황점검 긴급 관계부처회의’ 브리핑에서 정부·민간 석유 비축량이 20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문 차관은 “정부 비축량 7648만배럴과 민간업계 비축량 7383만배럴을 합치면 즉시 사용 가능한 물량이 약 1억5700만배럴 수준”이라며 “향후 3개월 내 추가 확보 가능한 물량 3500만배럴까지 포함하면 총 208일분 정도의 대응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미국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많은 원유를 수입한 국가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석유는 충분한 비축유가 확보돼 있어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한다”면서도 “다만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중동 외 대체선을 확보하는 등 지원 방안을 종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도 대응에 나섰다. 공사는 지난 3일 최문규 사장 직무대행 주재 하에 석유수급 위기대응 상황반 회의를 개최하고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점검했다. 전략비축유는 전쟁 등으로 석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민간에 방출할 목적으로 저장하는 석유 재고다.

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것은 1990년 이후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다. 가장 최근에 전략비축유가 방출된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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